입원 52일째, 수술 6번. 퇴원 계획 없음. 여자의 현재 상황이다. 담석이 발견된 것은 53일 전,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실려와 단층 촬영을 한 후였다.
응급수술로 담석을 제거했지만 문제는 수술 후. 상처가 아물지 않고 또 덧나고 또 덧나 재수술, 또 재수술을 해야 했다. 계속 되는 개복 수술, 아물지 않은 복강 내 장기들 때문에 음식물을 먹을 수 없었다.
전해질과 영양의 공급을 위해 아직도 정맥 주사를 준다. 여자의 근본적인 문제는 과도한 복부 지방층 때문에 새로운 조직을 만들며 아물어야 하는 부분들이 방해를 받는 것이다.
외과의사 말에 의하면 봉합을 한 위에 또 봉합을 하고 조직과 조직이 잘 붙도록 하는 수퍼글루를 바르고 또 그 위를 봉합해도 상처 부위가 벌어지며 아물지 않는단다.
6번의 수술을 받고도 아직도 아물지 않은 수술 부위! 지방을 제거하고 봉합해 놓으면 봉합사 사이로 또 다른 지방조직이 밀고 들어와 상처 부위가 벌어진다며 머리를 절레 절레 젖는다.
언제쯤 퇴원 계획을 잡아야 할까, 외과의에게 물어 보았지만 시간을 기다려 보는 일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단다. 상처는 복부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크다.
옆으로는 몇 개의 작은 드레인 백도 달고 있다. 드레싱은 움직일 때마다 쓰닥거리고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일어서면 밑으로 후르르 떨어져 내리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여자의 게으름이었다.
상처부위가 아프다는 핑계로 물리 치료사들이 걷는 것을 도와주고, 간호사들이 의자에 앉도록 도와 준다는 것도 싫단다.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상처는 더 더디 아문다고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소 귀에 경 읽기다.
그때 나의 역할은 시작된다. 처음엔“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퇴원하면 집에선 누구 당신을 돌보아 줄 사람은 있지요?”라고 공손하게 묻는다.“아직 상처도 아물지 않았고 음식도 못 먹는 상태인데 퇴원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반응이다.
드레싱 바꾸는 법을 배우고, 정맥 주사는 기구 사용법도 가르쳐 줄 터이니 보호자 중 누군가 배워야 하고 집으로 퇴원해야 한다고 하자, 펄쩍 뛰며 상처가 완전히 아물 때까지는 절대 안 된단다.
“의료 시행령에 따르면 당신 같은 환자는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외과의사는 이제 상처가 아물기 만을 바라는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는군요. 내일까지 가족 중 누가 당신이 퇴원한 후 집에서 간호해 주는 것을 배울 것인지 알려 주세요. 저와 상처와 환부 전문 간호사, 정맥 주사 간호사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 드릴께요.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요.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보다는 퇴원 후 친구들도 만나고 바깥 공기도 쐬고 하면 훨씬 더 상태가 좋아질 수도 있어요”“절대로 퇴원 못해요. 다 아물 때까지는, 그리고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때까지요.” 한동안 입씨름이 이어졌다.
난감했다. 디렉터에게 보고를 하고 원무과에 알렸지만 나가지 않겠다는 것을 억지로 떠밀어 낼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스스로 생각이 바뀌어 퇴원하겠다고 할 때까지 기다려 보는 수 밖에.
여자를 장기 요양병원이나 가정 방문간호사를 보낼 수 없는 이유는 의료보험이 없어서 였다. 지난 두어달 동안 근처의 모든 요양 병원의 문을 두드려 보았고 메디케어를 신청해 둔 상태라는 것도 명기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바마 케어가 2014년이면 시행이 될 예정이다. 이 여자 환자가 그때 입원을 한다면 입원 진료비보다 더 많은 벌금을 부과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세부 지침은 실무자인 나에게도 아직 오리무중이다.
오늘도 환자는 나의 방문을 받으며 너무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않아 입맛도 잃었고 덕택에 살도 많이 빠졌다며 좋아라 한다. 웃자고 한 말이겠지만 내 동생이었으면 한 대 쥐어박았을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