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미(용커스 거주)
“어머! 곰이다~~”
여기저기서 그리 공포스럽지만은 않은 비명들이 들려온다. 새카만 곰 한 마리가 대낮 캠핑장에 나타나 어슬렁거린다. 8년여 캠핑을 다니며 늘 ‘곰 출몰’에 대한 주의를 들었었는데 이번에 실제로 눈앞에 나타난 곰과 지척에서 마주친 것이다. 녀석은 어슬렁거리며 먹을 것을 찾는다. 사람들의 외마디와 아우성에 슬금슬금 발걸음을 옮기는 녀석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하다.
생각해보면 캠핑이 내 생활에 큰 부분으로 자리한 지도 벌써 8년여, 변변한 준비도 없이 떠났던 2005년 독립기념일 첫 캠핑, 그 밤 뼛속까지 시렸던 산속의 추위가 떠오른다. 한여름인데 무슨 추위냐구? 산속의 밤기온은 도심과는 무려 15도에서 20도 가량 차이가 난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밤의 불꽃놀이는 내가 여태껏 봐왔던 것 중 최고다.
우리 부부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캠핑용구를 하나 둘 장만하면서, 물어물어 다니던 주먹구구식의 캠핑 생활도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하고 진화되어 왔다. 캠핑을 가보면 사실 한국 분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외국인들은 거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필두로 대가족이 함께 하는 모습을 많이 보는데 동양인들은 주로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아휴~집 떠나면 고생인데 무슨 캠핑을 그리 다녀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다. 글쎄요…과연 고생스럽기만 할까요? 나는 그저 미소 짓는다. 다음 캠핑 생각을 하며 가슴이 설레인다.
틈만 나면 아니, 어떡하든 시간을 만들어 캠핑을 가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다람쥐쳇바퀴 돌 듯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첫째일 것이다.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정수리 끝까지 차오른 데다가 온갖 전자파의 위협에 시달리며 사는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닌가? 그러나 2시간여만 달리면, 엄마 품 같은 산이 날 기다린다. 나의 지친 몸과 온갖 투정을 다 받아줄 것만 같다. 그 맑고 청명한 공기와 폐부에 다다르는 달디단 바람의 맛을 느끼면서부터 문명의 이기 따위는 일찌감치 잊어버린다.
간단한 체크인절차를 마치고 예약된 자리를 잡아 텐트를 설치하고 나서, 불을 피우고 식사를 준비하며 느끼는 그 안온함. 산에서 직접 해먹는 밥과 구워먹는 고기는 그대로 우리 몸에 편안한 자양분이 되어 다음 날 아침이면 몸속 구석구석에 끼여 있는 불필요한 찌꺼기들을 말끔히 밀어낸다.
둘째는 곳곳에 조성되어있는 여러 코스의 트래일이 때문이리라. 너무 가파르지도 그렇다고 마냥 녹록치도 않은 수풀이 우거진 낯익은 트레일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그곳에서 만나는 수많은 이름 모를 들풀과 갖가지 곤충들도 그러하려니와 오며가며 지나치는 사람들 때문이리라.
굿모닝!!!~하우 아 유 두잉?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넉넉한 미소와 지나온 길의 정보를 스스럼없이 서로 나눈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왜 그리 다들 정답고 예쁜 미소를 지녔을까. 대자연이 모두를 그렇게 겸손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게 분명하다. 하이킹을 마치고 사이트로 돌아오면 각자 나름의 휴식을 취한다. 미뤄 놓았던 타팍을 꺼내 이야기하면서 해결점을 찾기도 하고, 채 끝내지 못했던 책이나 신문도 읽고 그러다가 스르르 달디단 낮잠에 빠져들기도 한다.
캠핑은 추억이다. 가슴설레임이다. 기다림이며 겸손함이다.
나는 오늘도 여름휴가지로 정한 메인주로의 캠핑계획에 들떠 이것저것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번엔 어떤 추억꺼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캠핑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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