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지구가 한번 자전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흔히들 알고 있으나 실제로 지구가 한번 자전하는 시간은 23시간 56분 4초이며, 엄밀한 의미에서 하루는 관측지점에서 태양이 가장 높이 뜨는 시각, 지구 북반구에서는 정남방에 뜨는 남중(南中)시각 즉 정오에서 다음날 정오까지의 24시간에서 20초 내외의 시간이 하루인 것이다.
공전궤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자전하는 지구는 전날의 남중에서 360도 보다 1도 정도 더 돌아야 다음날의 남중조건이 만족된다. 남중에서 남중사이의 하루를 보통 진(眞)태양일이라 한다.
진태양일 하루의 길이는 지구의 공전궤도상의 위치, 따라서 계절에 따라 24시간보다 최대 20초 내외로 길어지거나 짧아져서 날마다 변하지만 한 해 동안의 평균태양일의 길이는 24시간0.002초이다.
그래서 해시계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시계는 평균태양일의 24시간을 매일 정확하게 가리키도록 만들어지고 모든 인간 활동이 국제협정에 따른 협정세계시(Coordinated Universal Time. UTC)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0.002초의 여분의 시간은 이 협정에 따라 윤초로 처리되어 어떤 달의 마지막 날의 마지막 1분이 61초가 될 때가 생긴다.
12월 하순부터 하루의 길이가 평균태양일의 길이보다 긴 날들이 계속되며 그 차이가 날이 갈수록 누적되어 2월12일경에는 해의 남중시간이 시계들이 가리키는 정오12시 보다 최대 14분3초만큼 늦어지게 된다.
반대로 9월초부터는 하루의 길이가 평균태양일보다 짧아져11월 3일경에는 최대16분 33초만큼 남중시간이 앞서게 된다. 또 4월 중순에서 9월초 사이에는 5월 중순에 최대 3분45초까지 빨라지고 7월 하순에 최대 6분15초까지 늦어지는 변화가 일어난다.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예를 들면 정오에, 정확히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자세로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의 사진을 1년 동안 연속 찍거나, 해시계의 그림자 끝을 1년 동안 계속 지상에 표시하여 태양의 궤적을 추적하면 남북방향으로 길쭉한 “8”자형의 그림이 얻어진다. 이러한 그림을 아날렘마(Analemma)라 하는데 수많은 아날렘마 사진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부모들이 초중등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훌륭한 과학교육 프로젝트라 할 수 있겠다.
진태양일의 길이가 날마다 변하는 두 가지 이유는 지구의 공전궤도가 원형이 아닌 약간 타원형이라는 점과,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17세기의 독일 천문학자 케플러의 행성운동법칙에 따르면 타원궤도의 한쪽 초점에 위치한 태양을 지구가 가까이 지나갈 때 이동속도가 빠르고 타원궤도상의 반대쪽에서는 느리다. 이동속도가 가장 빠른 부분과 느린 부분의 진태양일의 길이가 평균치보다 7.9초 차이가 난다.
자전축의 23.5도 경사 때문에 4계절이 생긴다는 것은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바이지만 그 때문에, 춘분, 추분 경에 진태양일의 길이가 하루 최대 20.3초 길어지고, 하지, 동지 무렵에는 그 만큼 짧아지게 된다.
진태양일의 길이가 타원형 궤도 때문에 7.7분의 진폭으로 매년 한 주기씩 변하고, 자전축 경사 때문에 9.9분의 진폭으로 매년 두 주기씩 변하며, 이 두 가지 변화가 상보 혹은 상쇄되어 위에 언급한 남중시간과 시계상의 정오시간의 차이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아날렘마의 동서방향의 값, 즉 남중시간과 시계상의 정오시간과의 차이를 균시차(均時差)라 하고 영어로는 “Equation of time”이라 하는데 여기서 Equation은 방정식이 아니라 조정, 보정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현대의 일상생활에 균시차가 문제될 일은 거의 없으나, 실제로 매일 일어나는 자연현상으로서, 두 세 칼럼 전에 언급한 대양항해시대 때는 항해 중 선박위에서 현지시간을 정확히 결정하는데 꼭 필요한 지식이었다. 또 현대에서도 태양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 태양에너지의 집광, 집열시설의 효율적 가동에 균시차에 대한 지식의 응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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