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졌단다. 엄동설한에 꽝꽝 얼어붙은 수도관이 터진 게 아니라 선량한 서민들의 심장을 터트리는 본국 부동산 분양 ‘사기’ 사건이 또 터졌단다. 본지 작년 12월 16일자에 의하면 “투자자 최소 1천만 달러 피해 예상” 이라는 머리기사가 지상 1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70명이 피해자라고 하니 일인당 평균 14만여 불 의 피해를 당하는 셈이다. 그 뒤로 이 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은 기억이 없어 어떤 귀결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빤하지 않을까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그들이 미국에서 그만한 현금을 마련했다는 것은 아마 거의가 그야말로 Life time Savings 일거다. 그리고 대부분 그들의 꿈은 비슷했을 거다. 아파트에 투자해서 돈도 좀 벌고 그리고 언젠가 먼 훗날 만약에 아메리칸 드림을 마무리 하면서 황혼에 귀국하는 그런 상황이 온다면 본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보금자리가 있다는 흐뭇하고 뿌듯한 그 기분. 그게 산산 조각이 나는 거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사기가 아니라 ‘상황’ 이 이렇게 만들었다는 판매사측의 설명이 라고는 하지만 ‘삼환 기업’ 이라는 거대한 이름에 판단의 가늠이 흐려졌을 수 도 있었겠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실행되고 있는 ‘상황’ 에서는 시공 업체가 삼환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삼성이건 현대이건 이런 불행이 되풀이 될 수 있는 여건을 다분히 안고 있다. 왜냐면 문제 대개가 시공사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 정부는 단 한방의 법제도만 시행하면 이런 불행을 막을 수가 있겠는데도 항상 뒷짐지고 쳐다보고만 있을까?
입만 열면 민주주의,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해서 어쩌고 하는 꼴 보기 싫은 여의도 싸움판 무대에 ‘에스크로’ ‘신탁예금’ 이라는 두 카드를 던져주고 싶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시행하면 이런 비극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일어날 수 가 없다. 어디서 인가 한국의 실정과 한국의 시스템을 모르는 헛소리를 한다고 누군가가 반박 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런 건 우리가 알 필요가 없다. 해외 교포로서 본국 부동산에 투자 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거의 하나다. 지금 내가 투자 한 것이 이다음 먼 훗날 흐르는 세월과 함께 수북이 불어나서 내가 바라던 대로 되어 간다는 그 흐뭇한 꿈. 그러나 자라기는커녕 내 것이 아예 되지도 못하는 사기극을 우리는 끊임없이 보아 왔고, 읽어 왔고, 들어 왔다. 또 앞으로도 이런 불행이 분명히 계속 될 거다. That is, unless....
’알아서 해주십시오.‘
‘어디에 사인하면 되죠?’
우리 문화의 미덕이자 우리 문화의 비극이다. 대개 이런 식으로 엄청난 투자의 계약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때때로 절망이 온다. 하지만 미덕은 미덕대로 살리고 안전을 위한 제동 장치를 충분이 활용 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법이라고 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간단한 제도이다. 결국 이거는 정부의 몫이다. 그런데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석자로 빠진/나온 코 때문에 관심을 줄만한 여념이 없는 건지 이런 비극에 뒷짐이다. 자유 민주 국가에서 민간차원 매매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논리도 서겠지만 법이나 제도로서 이런 불법행위를 원천차단 시키려고 노력 하는 건 분명히 정부의 의무다. 좋은 법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희망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이런 법 제정에 늑장을 계속 한다면 우리는 미국 정부에 부탁하는 방법도 있을 듯하다. 더구나 요즘 미국 납세자들의 해외 재산 등록에 신경을 쓰고 있는 IRS 로서는 그리 나쁜 아이디아 가 아닐 듯하다. 막 들린다, 정신없는 인간이라는 비난의 물결이...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간섭에 짜증이 나는 판국에 하나를 더 자청한다고.... 그러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사기 당하는 것 과 간섭 밑에서 안전한 것 에 선택을 준다면 대답은 생각의 여지가 없지 않을까 한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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