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에 나온 기사를 보니, 미국의 중산층이 전체 인구의 50% 미만으로 내려갔단다. 우리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무렵에, 학교에서 가정환경 조사서라는 것을 나누어 주면서 그것의 내용을 써오라고 했었다. 그 조사서에는 가정환경의 인적조항 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부유한가 아닌가를 적어내는 칸이 있었다. 우리집에서는 언제나 중산층이라고 스스로 진단해서 그 조사서의 항목을 채웠다.
중산층이란, 말 그대로 그 지역에서 사는 주민들 가운데에서 경제적으로 중간쯤 되는 생활수준을 가진 사람들을 의미한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부지런히 일하며 사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는 듯 하다. 대부분의 중산층은 작은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작은 업체들, 상점들이 점점 사라진다. 어느 도시에나 있었던 문방구, 카펫과 커튼을 파는 상점, 연장을 팔기도 하고 수리도 해주는 철물점, 보석상, 가전제품, 가구, 책을 파는 상점들이 하나씩 문을 닫는다. 그것은 쇼핑센터에 있는 홈디포, 스테이플스, 월마트, 같은 체인점이 들어오면서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같은 물건을 더 싸고 더 많은 상품속에서 골라 사는 재미와, 넓은 파킹장에 차를 세워두고 마음대로 눈요기도 할 수 있는 쇼핑센터에 가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문을 닫는 가계들을 볼 때 마다, 남의 일 같지않아서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고 해서 체인상점들을 마다하고 작은 상점으로 발걸음을 하게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도 하나씩 문을 닫는 상점들을 수 없이 보아왔다. 가족들이 운영하는 작은 사업체를 이제는 보기 힘들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농촌이 줄어들 듯, 지금은 작은 사업체가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맞이하게 될 하나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옛날에도 그러했지만, 돈이 없는 생활이란 상상할 수가 없다.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불리운다는 ‘돈’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 중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발명품인 듯 하다. 벌기는 어려워도 잃어버리기는 아주 쉬운 물건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돈에 대한 법칙은 아주 잘 지켜진다. 이제는 공짜가 없다. 전에는 눈으로 대충 짐작해서 사가던 물건도 저울로 달아서 정확하게 돈을 받아낸다.
남의 재산을 불법으로 가지고 가거나, 가짜 돈이라도 만드는 날에는 국가에서 중범죄인으로 취급한다. 돈은 국가에서 관장하고 발행하지만, 돈과 맞먹는 위력을 가진 유가증권이나 수표, 그리고 약속어음들도 있다. 돈과 똑같은 개념으로 쓰이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카드를 보면 더욱 신기하다.
우리는 이제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도, 전기도 전화도 쓸 수 없다. 내 땅에다 파는 우물물도 국가에 물값을 지불해야 쓸 수 있다. 아이들을 학교에도 보낼 수 없으며,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다. 태어날 때에도, 죽을 때도 돈이 필요하다. 잠을 자는 장소도 있어야 노숙자의 신세를 면할 수 있다. 그런데 중산층은 줄어들고 집을 잃게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일을 하거나, 막노동이라고 불리우는 직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막노동을 시키려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중산층이 아니라 상위층으로 올라가는 가교의 역활을 몸소 담당하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취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이 사회의 등뼈 같은 역활을 했던 중산층은 사라진다. 바닥으로 한번 떨어지면, 다시 일어나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중세에는 영주와 소작인이 농촌에 있었고, 현대에는 거대한 회사와 직원들이 도시를 가득 채운다. 젊은이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노인들은 점점 많아지고, 극빈자는 늘어나고…. 해결하기 힘든 어떤 힘에 의해서 현대인이 밀려가는 길. 그 변화의 방향이 궁금하다. 중산층의 모습이 서서히 변화되고 있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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