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음력으로는 9월 30일 그믐 날로 천지사방을 온통 검붉은 단풍잎으로 뒤덮어 놓은 늦가을 아침인데, 서글프게도 지난 25년간 집 앞에 우뚝 서있던 정든 단풍나무가 송두리 채 뿌리가 뽑혀져 가는 날이 됐다. 머리 위를 낮게 가로질러 길게 늘어선 고압선 전기줄이 원인이다. 우리집 높이만큼 자랐을 때부터 자주 머리를 송당 송당 잘려야만 했던 그 단풍나무가 끝내 오늘은 작별을 고했다.
비록 백일홍으로 곧 대체해 준다고 점잖게 생긴 도미니언 파워(Dominion Power) 앤드루란 친구가 어제 아침에 말해 줬지만 허전한 마음이 그지없다. 새로 이사 오게 될 그 백일홍의 나이가 저 단풍나무처럼 다시 스무 다섯 살이 되는 것을 지켜보려면 내가 거의 100세를 가깝게 살아야 될 터이니 그때까지 나도 건강하게 잘 살 수 있게 되기를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해 본다.
오늘 뿌리가 뽑혀 떠나가는 저 단풍나무도 혼자 생각하기를, 내 운명은 여기까지 인가!라고 탄식할 것 같고 비록 우리들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저희들끼리 대화를 나눌 때 주변에 아직 우뚝 서 있는 나무들을 향해, “너희들은 잘 있어라! 그리고 내대신 너희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온 세상에 동서남북 빈부 차별 없이 고루고루 잘 보여주길 바라. 그럼 잘 있어. 안녕!” 하고 고별의 인사를 하고 떠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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