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문재인의 운명’ 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시절에 관한 책인데 읽다가 흥미 있는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그 시절 학생운동이 가장 강했던 서울대 문리대와 고려대 시위를 구경가기도 했다.’ 입니다.
학력고사 시대에 88 올림픽과 그리고 학교 창문을 통해서 맡았던 최류탄 냄새의 경험이 있는 저에겐 고대는 언제부턴가 저의 짝사랑이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족고대, 학생운동, 막걸리 등의 이미지는 저의 짝사랑을 더 애타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저의 오랜 벗이 고대의대를 다녔고 소중한 초등, 고등학교 동창들, 여행가서 만난 소중했던 친구들이 모두 다 연대가 아닌 고대였습니다. 그래서 연고전 보다는 고연전으로 부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제 모교는 절 항상 돌봐주는 연인이었고 고대는 가질 수 없는 짝사랑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고대의대에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른바 성추문 사건으로 같은 의대 동기남학생이 여학생을 성추행을 하고 나체사진을 찍은 사건입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지금 8월 중순 현재 학교측 징계수위에 대한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남들에게 보이기 힘든 부분을 의사에게 보여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같은 경우가 그렇지요. 그래도 우리는 그들이 의사라는 전문직 종사자라서 우리의 몸을 자신들의 몸처럼 매너 있게 다루고 존중을 해 줄 거라 믿기에 의사를 만나면 기꺼이 나의 소중한 몸을 보고 진찰을 하도록 허락을 합니다.
간호사도 그렇습니다. 환자 몸을 씻기기도 하고 환자의 모든 것을 바로 옆에서 담당을 하는 의료인으로써, 환자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전문인답게 사고하고 행동하고 윤리와 원칙이 무엇인가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합니다. 그래서 말 한마디 행동하나 하나 조심 합니다. 그런데 내가 혼자서 짝사랑 해오던 고대가, 민족고대라고 불리우던 고대에서, 학생운동 등 사회운동에 앞장을 섰던 고대에서, 의사가 될 남학생들이 단체로 한 여학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습니다. 실수라고 믿고 싶지만 그 남학생들은 ‘모를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알았냐’ 라는 식이였고, 성추행 그 사실만으로 의사가 될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건데 어찌된 일인지 그 남학생들은 아직도 학교를 다니고, 그 여학생과 같은 교실에서 시험도 봤고, 최고의 변호사팀을 꾸려서 자신들을 변호 한다고 합니다.
만약에 퇴학을 하게 된다면 그 학생들은 다른 방법으로 다시 의대를 다닐 수 있게 되고 언젠가 국가고시를 보고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출교로써 의대 재입학불허와 국가고시응시불능을 외치지만, 성추행이 사실로 판명이 났음에도 아주 당연하게 학교에서 발표할 줄 알았던 출교에 대한 소식은 감감합니다.간혹 그래도 힘들게 공부해서 ‘고대’에 들어갔는데 출교는 너무하다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의사들은, 의사가 될 사람은 보통사람보다 더 강한 윤리의식과 직업소명을 지녔을 거라는, 그리고 지녀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이 글이 신문에 나올 쯤엔 내가 짝사랑했던 고대로 돌아가길 바란다면 너무 허황된 꿈일까요?
나 리(마운트 사이나이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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