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니 아이들의 생활이 여유로워졌다. 너무 여유로워 방바닥을 뒹군다. 대입 준비할 나이가 아니다 보니 굳이 학원에 보낼 마음도 없고… 방학은 쉬는 거라지만 좀 너무 쉬는 경향이 있다.
나의 어릴 적 첫 방학과제는 잘 짜여진 시간표였다. 일분의 자투리도 없이 시간을 잘 나눠 계획을 세운 시간표를 벽에 붙여 놓고 한 삼일은 열심히 지켰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추천을 해 주었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우성을 친다. 이유는 예상밖이었다. 만드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지킬 것이 싫어서란다.
그래서 아이들의 하루 일과를 우선 지켜보기로 했다. 먼저 텔리비전을 보다 심심해지면 컴퓨터를 한다. 그러다 게임기로 옮겨간다. 그러다 다음 아이가 순서를 원하면 다시 텔리비전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러기를 여러 날. 참다못해 때가 되었다 싶어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요즘은 부모의 권위로 야단치면 되던 우리 때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오면 속으로 긴장이 된다. 기선제압을 잘 해야 한다. 목소리에 힘을 주고 두 눈은 아이들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나의 연설은 시작되었고, 그저 잔소리로 들리지 않게 말을 될 수 있는 대로 줄이면 지금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게으름과 게임중독의 심각성을 열심히 설명하며 동의를 얻는 순간이었다. 눈치 없는 막내가 한 마디 던진다. “엄마도 맨날 컴퓨터 하잖아!”
물론 양적으로 비교가 될 수 없지만, 왠지 맞는 말 같았다.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결국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던 진땀나는 하루였다.
강정은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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