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주의 카지노에서 새해를 맞이한 적이 있다. 결국 두 해를 타주에서 지낸 셈이다.
원래는 연말에 레이크 타호에서 아이들과 스키를 타고, 리노에 잠깐 들러 몇 시간 놀고 오자는 겨울 여행이었다.
우리가족 포함 모두 여덟 명이 차로 떠났다. 처음 이틀은 눈 속에서 스키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셋째 날, 남편이 리노에 가자고했다. 호텔도 음식도 모두 무료고 그저 잘 먹고 즐기면 된단다. 나는 살다가 이런 횡재(?)도 있나 의아해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옆에서 호텔 소리에 탄성을 질렀다.
우리들은 그곳에서 비싼 음식만 골라먹고 영화도 보고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딱 이틀이었다. 그 생활도 지루해지고 아무리 공짜래도 집이 그리워졌다. 아침부터 별러서 집에 간다던 계획은 날이 저물어가며 그만 수포로 돌아가고만 섣달 그믐날 저녁.
갑자기 팡파르소리와 함께"Happy New Year"가 연주되고 우리는 카지노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새벽까지 남편이 졸면서 블랙잭을 하고 있기에 나는 그를 자리에서 끌어냈다.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껏 25센트 게임도 마음 졸였었는데 그는 한 번에 칩을 몇 개씩 포개어 놓다니.
모두가 잠든 심야에 나 홀로 빠져나와 카지노로 향했다. 까만 칩 세 개를 모두 $1짜리로 바꿔 기계 앞에 앉았다. 생활의 찌듦에서 벗어난 듯해 기분이 좋아졌다. 얼마 후 갑자기 기계가 번쩍거리더니 요란스럽게 동전들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삼천불의 ‘잭팟’ 이었다. 직원이 내게 ID를 달라는데 방에서 몸만 빠져 나온지라 자고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지금 잭팟에 당첨되었다고 했다. 잠시 후 우리일행들이 모두 내 옆에 순서대로 서 있었다. 그리곤 모두가 조용히 가 버렸다. 나중에 그들은 모두가 잭팟 액수에 몹시 실망했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어느새 남편은 무일푼이 된 채 내게 와서는 부부재산의 공유성을 주장하며 아예 반을 달라고 했다. 그는 얼마 되지 않아 내가 벌어온 잭팟의 전부를 카지노에 고스란히 반납하고 말았다.
와이프가 노력해서 벌어 온 수입을 거덜 내버린 남편 앞에서 초라해진 나의 잭팟. 결국 나는 그 해에 IRS에 상금을 보고했고, 남편도 결손으로 세금 보고를 하였다.
이번연휴에 그날의 주인공들이 리노에 카드그림을 보러가자고 한다.
나는 카드그림 대신 몸이 불편하여 못가는 남편과 함께 드영 박물관에 피카소그림을 보러갈 것이다...
(아여모 북가주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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