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얌전하던 고양이가 성질 부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예뻐하던 주인도 정이 떨어진다고 한다. 70년대의 한국 학교 사정상 나는 이민 올 때 까지 나의 혈핵형이A형인 줄로 알고 살아왔다.
소심하기는 하지만, 의외로 화끈한 부분이 있어 그럴 때마다 그런 나를 보며 의아해 했다. 알고 보니 AB형이었던 것이다. 평소에는 얌전하다 이건 아니다 하는 순간에 극단적으로 변하는 나를 보면서 주인에게 성질을 부리며 달아나 버리는 고양이가 생각이 났다. 가만히 있는 사자를 건드리지 말라는 말을 남편에게 자주한다. 그런 말을 들은 남편은 처음에는 우스워 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은 그말에 꽤나 동의하는 눈치가 보인다.
자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장난꾸러기 엄마였다가 갑자기 헐크가 되어버리는 엄마를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몰라 창백해지는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는게 아니다. 이런 나의 이중모습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다.
그렇다고 늘상 성질을 내는 타입도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고 생각을 해 본 결과, 답은 나의 자존심이었다. 다른 어떤 피해도 참을 수 있다. 하다못해 혼자 마음 속으로 쌓아놓고 삭힐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자존심이 상해버리게 되면 나도 모르게 온 몸속의 피가 끓어 그 열이 조절할 수 없는 힘과 함께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러면 상대방은 무방비 상태에서 폭격을 맞는 것이다. 그 피해는 꽤 크다. 단순히 ‘미안해’ 라는 말로는 약이 될 수 없게 된다. 결국 얼굴을 안 보게 되는 서로 피하는 사이가 된 사람도 있을 정도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사장이 아닌 이상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있다. 그 중에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스트레스가 오면 상사가 아닌 사장에게도 할 말을 다하게 된다. 그 후로는 후회막심으로 괴로워한다. 자존심… 심각하게 생각해 본다. 과연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지켜야 하는 건지… 그렇게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고 나더라도 나의 늘어가는 주름살에 무엇이 도움이 되는건지… 나의 보호막만 더두껍게 세워져 다른 사람에게는 접근금지 구역이 되어버리는 것 뿐이 아닌가 생각 된다.
이제는 내가 쌓아봤자 보이지도 않는 자존심보다는 저절로 쌓여지는 존경심에 관심을 갖기로 마음 먹기 시작했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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