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 원전 건설당시에는 아마도 최첨단 공학적 구조물이었을 원자로들이 거의 속수무책으로 노심용융, 수소폭발, 방사능유출과 환경오염의 대재앙으로 치달은 원인을 설계상의 하자, 사고대응책의 실패와 미지의 원인에 의한 실패등 세 가지 면에서 생각해 보면 미지의 원인에 의한 실패라기보다는 일본 뉴스미디아의 논평과 보도들에서도 제기되는 설계미비가 가장 큰 원인이고 다음이 한발 늦은 사고대응인 탓으로 정리되는 것 같다.
제1원전의 원자로들은 진도 6.5 내진기준은 따랐으나 이상하게도 쓰나미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지진전문가 이시바시교수는 이 원전들이 설계될 당시 고강도 지진과 쓰나미 발생 원인에 대한 단층과 판구조론이라는 현대지진학적 개념들이 도입되기 시작했으나 원자로 설계에는 미처 고려되지 못했다 한다.
2002년에 동경전력은 일본토목학회가 개발한 방법에 따라 최대 예상 쓰나미의 높이를 5.7m로 계산했으나 지난 3월 11일의 진도 9.0의 지진에 따른 쓰나미는 15m 높이였다. 기술평론가 사쿠라이씨는 일본만큼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경계가 없었던 미국의 설계개념과 기준을 따랐기 때문에 외부전원이 차단되는 경우 원전의 생명줄이 되는 비상용 발전기를 가장 튼튼한 원자로 건물이 아닌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터빈 건물에 배치했다가 쓰나미에 휩쓸려 버린 것이라 한다. 이러한 설계관행이 6호기가 영업발전을 시작한 1976년, 미국에서 발생한 최초의 초대형원전 사고인 쓰리마일아일랜드 원전사고를 계기로 급격히 변했다지만 기존의 원자로에 대한 설계기준강화와 안전보강 대책은 별로 시행되지 못한 것 같다.
아사히신문이 일본 전국의 54기의 상업용 원자로를 운영하는 10개 전력회사를 상대로 (1) 노심용융 등의 가혹한 사고의 예상과 대비훈련, (2) 전 전원 상실시의 지원(Back-up)태세등 안전 대책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 바, (1)에 대해 7개사가 사고시 비상용 배터리가 작동하는 5~8시간 동안 외부전원이 복구된다 가정하고 있고 수일간에 걸친 장기 전원상실에 대한 대책이나 훈련은 없었다. (2)에 대해 9개사가 원전 안이나 부근에 외부전원 손실에 대비한 전원차 배치가 없었다. 거의 모든 전력회사들이 후쿠시마 제1원전과 같은 형태의 지진과 쓰나미 재해에 대한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지진과 쓰나미 후의 사고대응에 대하여서도 일본 언론은 모든 대응이 대체로 옳은 대응이었으나 한발씩 늦어 대재앙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대지진이 났을 때 원자로를 “정지시키고, 식히고, (방사성 물질을) 가두는” 것이 사고대응의 3대원칙인 만큼 초기단계에서 제어봉을 넣어 핵반응을 멈춘 것은 성공이라 할 수 있겠으나, 제어봉이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방사성물질의 외부방출을 염려해 압력용기내의 가스배출을 주저하다가 1호기 수소폭발을 초래하게 되였으며, 압력을 낮추기 위해 바닷물로 원자로를 냉각하는 전례 없는 방법은 옳은 판단이었으나 타이밍이 너무 늦었고 자료의 공개는 더 늦었다 한다. 동경전력과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자료를 독점하여 타기관의 참여를 막은 것도 신속한 사고대응을 돕지 못한 것 같다.
경제대국이자 기술대국 일본에서 터진 이 사고로 원자력발전의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한 세계 각국 사람들의 견해를 부정적으로 돌아서게 하여 원자력발전의 미래가 상당히 불확실한 쪽으로 기울었다 하겠다. 세계 각국의 반핵, 반원자력 운동단체들의 목소리들이 커졌고, 정치인들의 동조도 커진 것 같다. 극단적 예로서 독일은 2034년까지 원전의 완전 철폐를 결의하였으며, 이태리와 스위스가 새 원전건설의 잠정 동결조치를 취하였으며, 한, 미, 일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안전기준의 강화와 가동 중인 원자로들의 안전점검과 안전시설의 설치를 명령하기에 이르렀다.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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