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비몽사몽으로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기위해 정신을 차리고 있을 때 였다. 갑자기 한 10년 동안 잊고 지냈던 아이가 뜸금없이 생각이 났다. 잠자리에서 잠이 덜 깬지라 그냥 지나쳐 버릴만도 한데 그 아이의 생각이 꼬리를 물어 계속 생각이나더니 보고싶어지는 것이다. 뭐하고 사나 궁금 해 졌다. 내 생활이 바빠 내가 연락을 못한 핑계도 있지만 그 아이는 뭔 일이 생겨 그 동안 연락을 못한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생기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은 식구들과 내 준비에 바빴지만, 마음 한 쪽에서는 그 아이가 궁금해 안달이 나고 있었다. 연락도 끊기고 물어 볼 사람도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냥 평범하게 알게된 친구라면 이렇게 까지 궁금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 아이는 내 인생에 있었던 몇 번의 굴곡들 중 한편에 등장한 내 의지가 아닌 아주 우연하게 만나게 된 아이다.
미국 처음 시골로 이민 온 나는 길거리에 사람 한명 구경 할 수 없는 작은 도시에서 외로움으로 매일 밤을 울던 때였다. 학교 스쿨버스를 탔는데, 안보이던 한말쑥한 동양여자아이가 타는 것이다. 나보다는 좀 더 자신있는 모습. 방과 후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내리는데 그 여자가 같은 곳에서 내리는 것이다. 그러더니 같은 방향으로 한참을 걸었다. 집으로 가는 거리가 점점 비슷해 지자 이젠 물어봐도 될 것같아 한국인임을 확인하고 이름을 물어봤다. 미국이 두번 째였다. 그 이후 매일이 멀다하고 만나고 우울하고 슬플 때 중간지점인 한 공터에서 또 만나 한참을 함께 울고, 서로 달래주며 웃고…그렇게 친해지자 나중에는 우리집으로 들어와(유학생이었기 때문에) 함께 살기 까지 했다.
밤중에 공부하다 지겨울 땐 자연스레 한 방으로 모여 신나게 수다를 떨기도 하고, 부모님 잠든 틈에 몰래 사다논 와인쿨러를 마시다 취기가 올라오자 라디오 음악에 숨죽이며 몸을 흔들고, 그런 생소한 모습에 서로 깔깔대며 웃고... 나의 미국 적응기를 함께 보고 겪은 친구다.
미주리대학에 들어가게 되어 헤어졌다. 그 이후 전화는 했지만 만나질 못했다. 이메일을 했지만 답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잊고있었던 나의 옛날 이메일의 패스워드를 더듬어 찾아들어가봤다. 2월11일 ‘사랑하는 언니에게’라는 제목을 발견했다. 나보다 먼저 나를 찾고 있었다. 오늘은 그 아이의 생일이다. 축하 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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