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크게 히트한 일본 드라마 중에 노다메 칸타빌레라는 드라마가 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음대생들이며, 드라마 전편에 걸쳐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들이 여러 곡 등장한다. 그 중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곡이 있는데, 베토벤 교향곡 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7번 교향곡이다.
드라마에서 이 곡은 주인공들이 처음으로 청중들 앞에서 연주했던 곡으로서 그들의 눈물과 함께 감동적인 무대를 표현하는데 사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회에 다시 등장하면서 이제 그들 앞에 활짝 열려진 미래가 있음을 암시하는 듯 찬란하게 울려퍼진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주인공 치아키는 이 베토벤 교향곡 7번이 “운명”이나 “합창” 같은 주요 교향곡들과는 다르지만 그 스케일이 웅장하고 다이나믹한, 탁월한 곡이라고 설명한다. 나 역시도 주인공들의 연주를 보고 들으면서 그들과 함께 이 교향곡의 흥겨움에 빠져 들었었다.
그런데 최근 베토벤 7번 교향곡에 대한 한 해석을 읽게 되었다. 그에 따르면 이 곡은 엄청나게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감정이 방출되어 있는 곡으로서, 처음 연주되었을 때 청중들은 베토벤이 술에 취해서 이 곡을 작곡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베토벤 자신도 스스로를 가리켜 ‘인류를 위해 향기로운 술을 빚는 바쿠스(술의 신)’라고 한 적이 있었다고 하니 전혀 근거가 없는 반응은 아니었다는 설명이었다.
이 해석을 읽고 나니 노다메 칸타빌레의 원작자가 주인공들의 삶을 표현하는데 있어 왜 이 교향곡을 선택했는지 짐작이 가면서, 내가 느꼈던 흥분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음악에 취해 있었던 젊은이들과 함께 나도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잠시 취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자 맑은 정신으로도 음악에 취해 흥겨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베토벤이 재미있어지고,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딸내미가 나를 위해 고른 선물이 바로 이 베토벤 교향곡 7번이었다. 아무런 힌트도 없이 그저 마음이 가는 CD를 샀을 뿐인데, 어찌어찌하여 엄마가 좋아하게 된 곡을 사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우연의 일치 또한 즐겁고 고마운 일이었다.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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