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복작거리던 집에 우연하게 모든 식구가 나가고 저녁에 어린 막내와 단 둘이 집에 있게 되었다.
낮에 각자의 모든 일과를 마치고 그 하루를 정리하는 저녁시간… 대게는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식사를 하는 단란한 가족의 시간을 항상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런 여유를 누리기까지 설거지 등등 거쳐야 하는 과정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일대일의 대화나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의도적은 아니였지만 막내와 단 둘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일을 마치고 아이 병원을 갔다와 피곤한 이유도 있었지만, 갑자기 내 손안에 모아진 아이의 손이 너무 작은 것을 느끼자 가슴이 뭉클해졌다. 오늘은 무언가 막내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사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물어본 후 피자집에 들어가 본인이 원하는 토핑을 전부 넣고 만든 피자를 들고 나왔다.
항상 모두가 먹을 수 있는 토핑을 고르기에 먹기 싫은 피자를 먹을 때가 대부분이라 그런지 기대가 백배인 얼굴로 아이는 차 안에서 내내 박스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안달을 한다. 집에와 편안하게 피자를 먹으며 이것저것 얘기를 나눴다.
오늘은 계속 엄마와 마주 앉아 주거니 받거니 여유있게 대화를 하는게 어색한지 사이사이 멋적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다 둘이 급속히 친해졌다. 씻으라고 몇번을 얘기해도 자기 전 겨우 씻는 아이가 이젠 가서 씻자는 말에 알겠어라는 대답이 바로 나오며 바로 달려가는 모습이 뿌듯해 아이가 무서울까봐 같이 따라가 씻는 내내 옆에 있어주었다. 평소에는 이리저리 핑계대며 안 해 주었던 부탁이다. 그런 서로의 모습에 둘다 의아해 하고 있었다.
항상 하는 일상적인 대화 보다 좀 더 진솔한 엄마와 막내와의 대화가 서로의 마음속에 따뜻하게 다가왔다. 내 느낌은 그랬다. 그런데 막내도 그랬나보다. 오늘은 엄마와 자고 싶다며 집 정리를 하는 나를 도와주며 졸졸 쫓아다닌다. 자기가 벗은 옷도 뱀 껍질 벗듯 그것도 순서대로 나란히 벗어놓고 도망가는 아이가 누나방의 옷들을 집어 정리한다. 떨어진 수건을 나름 예쁘게 걸어논다.
엄마 로션 바르는 것까지 구경한다. 그러고는 드디어 품안에 꼬옥 안겼다.
느낌이 몰랑몰랑한 딸을 안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 막내의 느낌은 꼭 나를 안은 듯 다른 살의 느낌이 나질 않았다. 젖먹이며 안을 때가 생각이 났다. 오랜만에 막내만의 엄마가 되었다. 품안에서 잠든 막내를 보며 너도 그동안 많이 참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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