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 속에 영국의 윌리엄왕자와 평민출신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이 지난 4월29일 에 거행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왕실소식부터 챙긴다는 영국인들의 왕실사랑은 신랑신부의 버킹엄궁전 발코니키스로 절정에 이르렀다. 발코니키스는 찰스황태자와 다이애나에서 시작되었다 하는데 어느새 장성한 아들 윌리엄이 삼십년 전 수줍고 청순하기만 했던 어머니가 서있던 그 발코니에서 당당하게 사랑할 줄 아는 젊은이가 되어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운의 왕비로 아직도 만인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다이애나비가 살아있다면 얼마나 기뻐했을까.
1992년 11월, 영국왕실발레단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던 찰스황태자부부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우리나라 총리부부와 함께 발레공연을 관람했다. 그때에는 이미 두 사람의 불화가 온 세상에 파다하게 소문난 때였고 떠도는 말로는 엘리자베스여왕의 이혼허락약속을 받고 의례적인 한영친선사절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행사를 주최하였던 모신문사와의 인연으로 난생처음 특실에 앉아 지척에서 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날, 목이 깊게 파인 초록색 드레스를 입었던 다이애나비는 모딜리아니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여인처럼 우수에 차 보였다. 선입견일지 몰라도 사랑에 목마른 여인, 황량한 바람을 마음에 안고 사는 여인이란 느낌이 들었다. 나란히 앉아있는 찰스와는 남남인양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으며 매스컴에서 보았던 우아하고 예쁜 미소도 볼 수 없었다.
발코니키스로 국민들에게 꿈을 심어주었던 다이애나는 이혼 후 교통사고로 꽃다운 삶을 마무리했고, 모딜리아니의 여인이자 그의 모델이었던 잔느 에비테른은 모딜리아니가 병사한 이틀 후 파리의 한 허름한 5층 아파트 발코니에서 투신하였다. 죽어서도 그의 모델이 되겠노라 약속했던 그녀가 숙연한 사랑의 완성으로 선택한 방법이었다.
마네의 <발코니>라는 그림에는 표정과 시선방향이 서로 다른 세 사람이 그려져 있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각기 숙명적 삶의 과정과 결과도 상이하다는 뜻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 찬란한 봄날에 윌리엄과 케이트의 발코니키스가 영원한 사랑으로 완결되길 바라는 마음은 오직 나뿐만이 아니리라.
(운송회사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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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세종대 음악과를 졸업한 조옥규씨는 93년 미국에 이민왔다. 2009년 한국수필 등단을 하고 2권의 동인지도 냈다.현재 한국수필가 협회 회원, 한국 수필작가 협회 이사로 있는 조씨는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한번은 더 생각하며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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