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시티 칼리지의 의료통역 과정을 마치고 바로 내가 공부한 과정의 코치를 맡게 되었다. 수업시간에 많이 뵈었던 초빙강사 중국인 닥터 리는 은퇴한 소아과 의사인데, 코치로 일하게 된 것을 축하한다며 수업에 참고가 될 거라며 해부학 책을 선물로 주셨다. 미국은 책값이 워낙 비싼지라 과한 선물이라 받아야 하나 마나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아마존에서 사서 그리 비싸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시며 건네 주셨다. 그 책은 지금까지도 수업 준비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누군가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 제일 먼저 뉴욕에 있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에게 정말 고마우신 분이라고 감사해 하니, 언니가 하는 말이 “그래, 정말 고마우신 분이다. 어떻게 그 먼 아마존까지 가서 니 생각을 다 하고 그 책을 사오셨단 말이가. 아마존에는 아직도 식인종이 있다더니 거기 해부학 책은 좀 별 다른가 보다.“ 순간 터져 나온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참을 정말 숨이 넘어 갈 정도로 컥컥거리며 웃었다. 놀라지 마라. 언니는 수술실 전문 간호사다. 한참 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언니도 한동안을 그렇게 깔깔 웃었다.
30년을 뉴욕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언니는 성격이 밝고 명랑해 만년 소녀 같다. 내가 중학생일 때 대학을 다녔는데 서울로 유학간 언니는 항상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어린 내 눈에는 언니가 하고 있는 거 모두가 너무 좋아 보이고 새로워 보였다. 그런 언니인데 아마존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고 반문하였더니 아마존이 뭔지 몰라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으니 그게 뭐 대수냐며 또 깔깔 웃는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아마존은 물론 인터넷을 통해 뭘 사본 적이 없다. 그래 우린 천상 디지털 보단 아날로그가 편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어쩌다 떠 올리면 자동으로 터지는 웃음을 걷잡을 수 가 없다.
(의료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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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운씨는 스탠포드 병원에서 의료통역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린이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시작했으나 하다 보니 전문성을 갖추어야겠다 생각해 샌프란시스코 시티 칼리지의 의료전문 통역과정을 이수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 한국어 코치를 맡고 있다. 통역을 시작한지 어느새 6년이 되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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