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달렸다. 전화도 잘 안터지고 지도에도 대강 점으로 처리된 시골마을, 산길, 바다, 도로를 주로 찾았다. 그곳에서 자연을 느끼고 하늘을 바라보고, 큰 소리로 웃고, 혼자 중얼거리며 셀카와 동영상을 찍었다. 생얼, 반바지에 티셔츠, 운동화를 신은 나는 대부분 ‘꼬마(kid)’로 통했고 혼자 여행중이라니 여기 가봐라, 저거 먹어봐라 다들 한마디씩 거들었다. 몬타나 치유의 동굴에서 만병통치 약수 마시며 노부부, 할머니들의 가십에 덩달아 끼었다.
전체 인구가28명인 마을. 아름다운 자연경관의 단풍진 미네소타 산책로, 눈 덮힌듯한 하얀모래 사장 뉴 멕시코, 유난히 붉게 타올라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텍사스의 석양. 길 잃으면 절대 못 빠져 나온다는 죽음의 오하이오 옥수수 밭. 웃다가 얼굴에 가루설탕 뿜어 쌩쇼했던 루이지아나의 자유 분방한 카페에서의 추억.
고맙고 인정많은 사람들, 거칠지만 정이 뚝뚝 묻어나는 말투도 정겨웠다. 잠시 멈춰 지도라도 보자면 어딘가에서 갑자기 나타나 도와줄까 물었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가 우여곡절 들어갔던 염소와 닭 키우던 민박집. 사람 세워놓고 오고가던 중년 딸과 노인 아버지의 살벌한 대화가, 애 혼자 왔으니 방값을 깎아 주자는, 정작 나는 묻지도 않았던 - 결국 방세를 확! 깎아 주셨다.
펑 트인 텍사스 고속도로를 기름이 바닥인지도 모르고 들입다 달리다가 아사 직전까지 갔던 날, 인적없던 허허 벌판에서 겁없이 지나가는 트럭 세웠던 나.
정말 행복했다 - “나”의 여행은 “너”의 일상에 잠시 들어가 함께 나누는 순간이었을 뿐, 굳이 특별한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었는데. 스스로를 잠시 내려놓고 자유로운 시공속에 나를 맡겼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기쁨이었다. 나란 존재가 없는곳에서, 그들의 소박한 일상과 열심히 사는 모습을 접하고, 따뜻한 마음과 인정을 느꼈다. 그리고, 새로움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낯선이와 자연스레 마음을 나누는 나의 모습에 용기와 자신감도 새로 얻었다. 더욱 넓은 세상을 보려 아주 멀리 걷고, 높이 오를 그런 사람이 바로 나란 사실에 가슴이 벅차왔다.
변함없는, 정신없이 바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겠지. 하지만 중요한건, 아주 조금 내가 변했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행복이며 감사란걸 느꼈다. ‘너’가 떠났을떄 ‘나’를 안다는것은,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것은 아름다운 기적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속없이 마냥 크게 웃고 싶어진다. 이 시간이 행복이다 .
(동양인 건강진료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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