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시.오바마.미 중정 합작품
▶ 오바마 백악관서 실시간 화상으로 ‘제로니모 작전’ 직접 지휘
오사마 빈라덴 생전모습 <사진=AP>
“좋은 저녁입니다. 오늘 밤, 나는 미국인들과 세계에 미국이 알카에다 두목이자 무고한 남성, 여성, 어린아이들 수천 명을 살해한 책임이 있는 오사마 빈라덴을 죽인 작전을 전개했음을 통보합니다. 우리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역사상 가장 참혹한 공격을 가해 그 밝았던 9월 하루를 먹구름으로 깔았던 행위가 10년전 이었습니다. 9.11의 ‘이미지들’(images)은 우리 국가의 기억에 못박혀있습니다.”
1일 밤 백악관 ‘이스트 룸’(East Room)에서 있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 긴급발표 서두다.그는 이어 “우리는 (9.11 그날) 서로간의 관계와 사회, 그리고 국가에 대한 사랑을 확인했습니다. 바로 그날, 우리는 출생지, 종교, 인종 또는 민족을 떠나 모두가 한 미국인 가족으로 단합했습니다”고 상기시킨 뒤 빈라덴의 죽음에 대해 “정의가 집행됐다”고 덧붙였다. 간단하면서도 위엄이 넘치는 내용이다.발표 자체에서 미국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수년간 추적한 국가의 적을 끝내 색출해내 죽였고, 그가 미국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해 정당성을 내세운 것. 오바마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가 미국인들 이외에도 세계 여러 국가 국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실과 미국이 빈라덴에게 책임을 묻는데 있어 피해자들을 미국인, 외국인 등 차별을 두지 않고 외국인 피해자들을 미국 땅에서 변을 당한 ‘임시 미국인들’로 간주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임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가지 남겨놓고 떠나는 것이 무었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간단하게 ‘빈라덴’이라고 답변한 뒤 손가락으로 다른 기자를 지목하며 ‘다음 질문은 뭐냐’고 넘어갔다. 중앙정보국 출신 아버지와 그의 측근들을 주변에 깔아놓고 행정 했는데,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을 발칵 뒤집어 놓았는데, 끝내 빈라덴을 잡지 못하고 백악관을 떠나게 돼는 마당에 매우 아픈 질문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권력’있는 자리의 한계를 느꼈음이 분명하다. 그는 그러나 CNN 방송의 래리 킹과의 인터뷰에서 ‘오사마 빈라덴을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서습 없이 “나는 확신 한다”고 답변했다. “여러 사람들(미국 정보계)이 지금 그를 찾고 있고 그가 영원히 도망 다닐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만일 우리 정보계에서 빈라덴이 파키스탄에 숨어있다는 정보를 파악했는데 파키스탄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취하기를 거부할 경우 우리가 들어가 빈라덴을 죽이던지 잡아야 한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웠다. 다른 국가의 주권보다도 미국의 국익이 앞선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오바마의 이번 발표 직후 이미 언론은 여러 공식, 비공식 출처를 통해 빈라덴의 추적, 색출, 살해가 부시와 오바마 정권에 이어진 미국 중정의 작품이었음을 확인, 보도하고 있다.부시와 오바마가 중정을 비롯한 미 정보계의 노력을 변함없이 꾸준히 지원했고 정기적으로 빈라덴 추적과 관련된 보고를 직접 받은 사실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미국이 해군 특수부대 ‘실’(Seal) 팀을 앞세워 빈라덴 은신처를 급습한 ‘제로니모 작전’(code name Geronimo)을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국가안보위원들을 비롯한 군·정보계 관계자들과 함께 실시간 화상으로 지켜보며 직접 지휘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사실 빈라덴은 여러 차례 미국의 살해 기도를 요리조리 피했다.한 예로 중정과 특수부대요원들로 구성된 ‘그림자’(shadow) 팀이 그의 ‘셀폰’을 추적해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산악지대에서 이동하는 알카에다 일행에 집중폭격을 가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폭격 바로 직전 빈라덴이 자신의 ‘오른팔’에게 ‘셀폰’을 빌려줬고 이를 갖고 이동하던 그 부하가 날벼락을 맞은 것.당시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빈라덴이 더 이상 전화를 비롯한 유무선 통신장비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깊은 은둔 생활을 하며 모든 지시를 ‘배달부’(courier)를 통해 부하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실제로 이번 빈라덴의 파키스탄 은신처가 적발된 동기도 미 정보계가 바로 이 빈라덴의 ‘배달부’ 신원을 파악, 추적한 결과이다. 이제 빈라덴이 죽었으니 그간 여러 ‘니어 미스’(near miss) 사례들이 곧 일반에 공개될 것이
분명하다.미국이 무덤 같은 땅굴에 숨어 살던 사담 후센을 끌어내 사형을 집행한데 이어 이제 은신처를 급습해 빈라덴을 사살했으니 ‘테러와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차원에서.그런데 대국민 발표를 통해 빈라덴의 죽음을 공식 발표한 오바마가 바로 다음날 아침에 첫 공식 일정으로 역시 백악관 ‘이스트 룸’에서 미군 훈장 수여식을 가진 것이 주목된다.60년 전 20세 나이에 한국 6.25 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2명 미군들에게 미국이 줄 수 있는 가장 높은 훈장인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를 유족들을 통해 수여한 것.마치 ‘테러와의 전쟁’ 다음으로 미국이 해결해야 할 남아있는 미제가 한반도 문제임을 시사하듯.
그는 이날 행사에서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에서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들을 위해 싸운 그들과 그들 가족의 희생이 오늘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며 “미국은 영원히 감사 한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적군이 투척한 수류탄에 몸을 던져 전우들의 목숨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메달 오브 아너’를 받는 뉴저지 출신 육군 일등병 헨리 베헬의 시신을 아직도 찾지 못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미국은 국가로서 미군 포로와 실종자들을 살아서 또는 사망했을 경우 유해를 찾아내 반드시 가족의 품 돌려주는 일을 끊임없이 추진해야 하고 영원히 잊지도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들 국가의 국력을 자국민 보호로 잣대 삼는다.또 국방을 위해 목숨을 내걸은 군인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대우와 존경에서 찾아본다고 한다. 오바마는 이틀에 걸쳐 미국의 이 두 가지를 모두 과시한 것이다.
곧 다시 또 6.25 전쟁 기념일이 돌아온다.미국은 참전한 전쟁에서 희생한 미군들을 거의 모든 공식행사에서 늘 기억하고 또 수시로 실종자들의 유해를 확보해 국립묘지에 안장, 유족들의 아픔을 달랜다.한국 역시 국군포로와 납북자들, 전사 및 실종자들 문제가 미제로 남아있다. 또 국내외에서 한국인들의 목숨을 빼앗은 ‘테러’와 도발 행위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일도 있다.9.11 사태가 발생하기도 이전인 1999년 6월 이미 미 연방 수사국(FBI)과 국무부는 빈라덴을 ‘10명 지명수배자’ 중 최우선 순위로 명단에 올렸다.
“1998년 8월 주 탄자니아와 케냐 미국대사관 폭발 사건과 그 이외 세계 전 지역 테러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내세워.지명수배 포스터는 빈라덴의 체포, 또는 처벌로 직접 이어지는 정보 제공자에게 미국 정부가 2,500만 달러를 포상금으로 주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를 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다.사실 그런 면에서 미국이 빈라덴을 추적해 사살한 것은 이미 확정된 결론으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 과정이 10년이 걸렸을 뿐이다.또 60년전 미군의 희생을 기억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에게는 정의 집행에 시간이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미국 국력을 세계가 1위로 인정하는 이유 중 하나가 분명하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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