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우연히 이런 책 제목을 접했다.
여행을 통해 “너” 스스로를 알게 된다는 말 이였다면 스쳐 지나쳤을 텐데. 떠나는 “너”가 “나”를 알게 될 거라니.
엥? 네가 떠나는데 어떻게 나를 알아? 떨어져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자 – 라는 연인들의 얘기? 하지만, 첫인상의 생뚱맞은 제목에 난 점차 공감대를 느꼈다.
맞아, 정말 그랬지. 내가 중심이고, 책임져야 했던 나의 일상을 떠나 나를 모르는, 내가 모르는 것을 접했을 때, 내가 아는 그 이상의 것들이 존재하고, 다들 그렇게 주어진 삶 안에서 열심이 살아가고 있음을,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이, 흑백이 아닌 다채로운 색이 존재함을 알려준 여행. 떠나보면 “너” 스스로를 넘어 “나”를 포함한 그 이상의 것을 알게 된다는 의미로 다가온 이 제목은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내 생애 무엇보다 값진 그때 그 여행을 상기시켜 주었다.
2009년 9월 20일. 30일 동안 30개 주를 거쳐 10,500마일을 달린 내 생애 최고 멋진 여행을 시작했다. 미 대륙횡단이란 이름만 거창하지 목적지도 목표도 없는 무계획이 유일한 계획이었던 혼자만의 여행. 내게는 도전과 해방, 자유, 기대와 설렘이었다. 갑자기 생각했고, 순식간에 결정했고, 그렇게 훌쩍 떠났다. 방향은 동쪽. 왜? 서쪽은 바다니까. 동쪽으로 어디까지 가나 보자. 가다가 원하면 쉬고 배고프면 먹고 좋으면 머무르고 떠나고 싶으면 또 달리자. 내 자신을 찾고, 인생을 돌아보고, 중요한 결정을 하고, 새로 거듭나고, 향후 계획을 세우고, 블라블라블라….등의 거창한 계획이나 이유는 일체 없었다.
갑작스런 여행 통보에 황당함과 걱정으로 뜯어말리는 친구들. 그도 그럴 것이 동네에서도 길 잃고 헤매는 최악의 길치인 내가 계획 없이 대륙횡단을 하겠다니. 거리감각, 주위개념 상실에 아무나 잘 믿고, 세상사도 잘 모르는 어수룩한 내가, 비장하게 떠날 거야 했을 때 친구들의 표정은 ‘대략난감’ 이었다.
친구들의 격려와 나름 부러움도 받으며 그렇게 난 떠났다. 연락 두절이란 예고에, 연고 없이 떠다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변사체로 발견돼서 취재 다큐에 나올 거냐며 으름장을 놓는 친구들. 알겠어, 생각나면 가끔 어디 있는지 문자 날릴게, 하는 애매한 말만 뒤로하고 휘리릭~ 난 갔다.
(동양인 건강진료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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