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은 말없이 말한다. 산이 전하는 말은 삶의 방식을 깨우쳐 준다. 한 시인은 “산은 산으로 족하고, 산이 있기에 내가 간다”고 고백했다. 등산객이 정상에 오를 때는 몸에 땀이 나지만 하늘과 산을 가슴에 품고 내려 갈 때는 마음에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등산길에서 바라보는 가파른 정상은 때로 허탈한 기분이 들게 한다.
등산과 달리 입산(入山)은 대자연 속 우람한 나무들과의 동행이다. 등산은 숨이 차는데 입산은 고요함이 가슴을 친다. 입산의 길은 평화롭고 평탄하다. 평화로운 지평선의 정적을 사색하며 자기성찰과 발견에 깊은 사랑을 맛본다. 바위와 나무는 기도를 상기시키고, 스님의 목탁소리에서 잃어버린 ‘자유, 평등, 박애’ 정신을 생각하게 하고 인간을 고뇌하게도 만든다.
산에는 정기(精氣)가 있다. 능선을 말없이 걸을 때 신령한 음성이 “힘 내, 넌 할 수 있어”라는 음성이 들려온다. “아니요, 난 죽고 싶을 만큼 힘듭니다” 하니 “이 멍청한 사람아, 누가 널 보고 잘 하라고 했어?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했지”라는 울림이 되돌아온다.
산은 나무를 반긴다. 오늘은 한국 식목일이다. 식목일은 전쟁 후 폐허가 된 산에 나무심기 운동으로 국경일이 됐었다. 미국 식목일, 아버 데이(Arbor Day)는 4월29일이다.
139년 전 네브래스카주의 네브래스카 시에서 한 신문사 편집장을 지낸 스텔링 몰튼이 시작했다. 그 때 ‘나무 심는 날’은 1872년 4월10일이었다. 그의 나무 사랑 정신은 이웃, 동네를 넘어 50개 주, 지구촌으로 전파됐다.
희망 나무는 고사리 손가락부터 허리 굽은 노인에게까지 바람막이 느티나무가 되기도 하고 정자의 그늘을 만들어주며 열매를 주기도 한다. 나중에 몰튼은 연방 농림부 장관으로 임명을 받았다. 나무심기 운동은 시민운동으로 발전되며 자연보호 운동, 미화작업, 등산로 건설, 해충제거운동, 홍수 방지, 식목 웅변대회 등으로 확대돼 나갔다.
산행(山行)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에너지 재충전이고 자연과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간이다. 워싱턴 산악인 협회 회원들은 매주 쉐난도 국립공원에서 심신을 연마하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
산길은 마음의 길이 된다. 산은 신명난다. 산행에서 꽃망울 터뜨리는 개나리가 봄소식을 알려준다. 움츠린 가슴에 벚꽃은 화사한 봄기운을 불어 넣는다. 단아한 여인의 자태 같은 순백색 목련의 꽃봉오리가 아름답다. 기암괴봉의 장관에 놀란다. 높고 낮은 산길에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가 들려오는 듯하다. 매혹적인 하모니가 들린다. 옛 성현들은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라고 읊었다.
산은 들판을 품는다. 넓은 마음에 나와 남을 ‘우리’로 만든다. 행복 여로(旅路)도 산길과 같다. 인간은 변해도 산은 한결같다. 행복 비타민을 선물한다. 작은 지혜(열쇠)가 큰 대문을 연다. 하늘과 땅, 산과 나무를 끌어안은 대자연 속에서 나도 숨 쉰다. 이것이 만족이고 행복이다.
산은 외친다. 발 앞의 비밀은 능선 너머 있지 않고 ‘따스한 위로’에서 잉태된다. 무지개는 손에 젖은 물방울로 생각을 그린다. 그리스도는 산에서 축복(마태 5:3-11)을 선포했다. 삶의 진리를 깨우쳐 주었다. 불교 석가모니의 ‘깨우침’은 보리수나무 밑이었다.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은 들판과 마을에서 공표되었다.
무궁화 꽃도 땅 속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다. 자연을 내 몸같이 아끼자. 나무를 심자. 자연은 경이로운 사랑을 가져다준다. ‘산과 나무’는 영원한 미소를 선사한다. 산은 진품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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