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갑자기 쏟아지는 비와 바람에 날씨가 계속 우중충하다.
주부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날씨다. 온 몸의 마디가 쑤시고 뼈에 바람이 쌩쌩 들어온다고들 한다. 애 셋을 낳고 처한 상황에 온 몸을 바치다 보니 남자의 수다 십팔번인 군대나 축구얘기처럼, 주부들의 끊이지 않는 해산 후 몸푼 얘기도 요즘은 한 몫 하게 된다. 집에서는 도통 안 통하는 얘기다. 또, 몸이 쑤신다는 이해할 수 없는 넋두리가 식구들에게는 주부들의 잔소리로만 들릴 꺼라 생각이 든다.
운전하다가, 서서 음식 하다가, 또는 밤에 잠을 자다가 전기고문(겪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처럼 머리 끝까지 올라오는 그 고통을 참아내느라 인상을 찌뿌릴 때가 있다. 한 집에 주부가 하나이다 보니 통하는 사람이 식구 안에는 별로 없게 된다. 단, 다정다감한 남편이 도움이 되어 준다면 별 문제는 안되겠지만…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와 결혼하신 우리 시어머님이 전에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골다공증이 있으셨던 어머님이 하루는 다리가 너무 쑤시고 아파 이불 속에서 밤새 뒤척이며 당신 다리를 주무르고 계셨는데, 옆에 누워계시던 시아버님이 조용히 일어나시더니 옆방으로 옮겨가셔서 주무셨다며 반 투정으로 아침에 어린 며느리에게 고자질 하시던 어머니가 기억난다.
그때는 아버님 눈치만 살피느라 그저 웃어댔다. 어머님의 그 밤새 시달렸던 고통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이해가 간다. 그때 아버님이 어머님 다리를 좀 주물러 주셨으면 좋았을 걸… 나도 날씨의 변화에 따라 나의 몸 상태가 틀려지는걸 인식하기 시작했다. 쑤신다며 나도 모르게 다리를 내 손으로 두드리거나 주무르고 있는 모습을 본다. 답은 안다. 적당한 운동에 좋은 영양제에 보약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걸 안다.
문제는 내 몸에 그렇게 신경 쓰고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큼 내게는 아직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나중에 후회한다고 충고를 한다. 그런 충고에 몇 주는 좀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오래 못 간다. 뭐가 그리 바쁘고 중요한지 모르겠다. 매 순간 순간에 충실 하려다 보니 그러는 것 같다. 가끔 마음만 충실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나도 이렇게 세월이 지나다 보면 언젠가 밤에 옆방으로 도망가는 경상도 남편에게 상처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미리 언급을 해 놔야겠다. 그럴 때 옆방으로 도망가면 그 달의 주식은 큰 드럼통에 곰국이 될 꺼라고… 아니길 나도 바란다.
(병원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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