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점심 시간을 이용해 바람을 쐬러 병원을 나왔다. 병원 빌딩만 나서면 오클랜드의 야심작이라는 메릿 호수가 절경을 이루고 있는데 호수를 찾은지 꽤 오래됐다.
호수를 따라 꽃과 나무로 그럴듯하게 꾸며놓은 산책로. 군데군데 호수 안쪽으로 반원을 만들어 배치해 놓은 벤치 - 외롭지 말라고 두, 세개씩 배치해 놓은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복잡한 도시 한복판의 작은 쉼터이다. 우리 동네에 이런 보물이 있었구나…
몇 년을 이 근처에서 살았고, 지역 사회일과 꽤 밀접한 일을한다 생각했는데. 이 도시의 안전과 환경에 대해, 나의 커뮤니티에 대해 얼마나 알고 느끼며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의문이 간다.
흔히 오클랜드 하면 저~으기 높은 언덕위 부촌을 제외하고는 우범지역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 안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나름 적응하며 지내지만 대부분의 외부인들 에게는 피해야할 우범지역으로 찍혀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론을 통해 소식만 접하는 외부인들에게 안좋게 인식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하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그 어디에도 비할데 없는 기막히게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오클랜드이다. 여러인종이 어우러져 서로 각기 다른 배경과 문화 속에서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곳, 서로 다른점을 이해하고 이를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시켜 커뮤니티의 개성을 살리고자 온갖 다양한 민족 행사와 뿔푸리 운동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그야말로 다이나믹하고 흥미진진한 커뮤니티가 바로 우리가 살고있는 오클랜드인 것이다.
물론 현재 주어진 상황이 여러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열악하고 힘든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게 완벽하게 주어진 환경에서 곱게만 자라난 뿌리보다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굳혀진 뿌리가 더 깊이있고 단단한 것이 아닐까.
그 누군가가 오래전에 많은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자 이토록 아름다운 호숫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노력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했던 한 시민이 이렇게 덕을 보며 걷고 있다. 뿐만 아니다. 우리가 생각치도 못할동안, 혹은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이 이름모를 이들에 의해, 그들의 희생과 헌신,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다음 단계는, 우리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산책을 하며 별 생각을 다 한다. 혼자 부풀어오는 마음에 그냥 거리의 휴지 가리를 줏어서 쓰레기통에 버려봤다.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동양인 건강진료소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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