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무거웠다. 마디마디마다 모래들이 꽉 찬것같이 몸도 힘들었다. 내몸인데도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것 같아 마음도 평온하지 못했다. 날씨는 환한데 분위기는 우중충했다.
컴퓨터에 앉아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집중을 해 보려고 노력해봐도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나를 향해 일들이 몰려오지만 한가지도 받을 만한 힘이 내게는 없었다. 마치 책장이 기울어져 책들이 나를 향해 마구 쏟아져 내리듯 그렇게 일들에 파묻혀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저렇게 그래도 내가 맡은 세상의 한 부분은 대충 굴러가는 듯 했다. 눈가리고 아웅하듯이… 이러다 뭔 일나지…하는 불안한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런 상황쯤 되면 가장 피해자는 자식들이다. 미안했지만 마음 뿐 그 이상의 머리도 돌아가지 않았다. 왜 이러지…하면서 가장 편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일단 가장 쉬운 자리부터 시도해 본다. 지쳤나보다 하는 생각에 재미있는 TV 쇼를 본다. 그것도 한 두번보다 보니 뻔한 스토리. 금방 질린다. 기분 전환으로 쇼핑을 나갔다. 두 시간도 안되서 지쳐 돌아왔다. 친구를 만나볼까 해서 만났다. 주파수가 통 맞질 않아 속 쓰린 독한 커피만 들고 집에 돌아왔다. 음식을 하려고 냉장고 문만 잡고 멍하니 서있다 나오는 한숨이 너무 길어 주저 앉아버렸다. 영양제라도 잘 챙겨 먹을걸 하는 후회도 들었다.
집 어느 곳도 편칠 않았다. 포근한 침대도 자갈을 깔아논 듯 겉돌고 불편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다 천장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깊은 구렁에 빠져 어떻게 하면 저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하듯 대처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귀속으로 들어가 다시 정신을 차리게 했다. 그렇게 흐른 눈물 길을 따라 계속 눈물이 귓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귓속에 눈물 때문에 이젠 조바심까지 났다.
몸은 멀쩡해 가지고 병든 닭처럼 축 쳐져 있는 나를 남편이 와서 일으킨다. 소리없이 와서는 몸보신 하자며 나를 차에 태우고는 염소탕 집으로 끌고 간다. 내가 고민했던 방향과는 전혀 달랐지만, 어차피 나도 답을 모르기에 생뚱맞은 염소탕에 왠지 기대를 걸어본다. 그리고 먹고 힘내라는 식구들의 짧고 어색한 말이 내 귀 뒤를 따라 얼음이 뜨거운 물에 녹듯 등을 타고 내려와 온 몸을 녹게 했다. 그리고는 김이 나는 탕 그릇에 얼굴을 묻고 속으로 속삭였다. 위로였구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