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만 돼 준다면 좋으련만…."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웨스트윙에 있는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책상엔 무려 15cm에 달하는 두께의 ‘글로벌 혁명과 정치 변혁사’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중동의 맹주 중 하나이자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하나인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날 AFP 통신에 따르면 미국 안보라인 수뇌부 중 한 명인 도닐런 백악관 보좌관이 이 자료의 발주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안보라인의 정책 수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 자료집에는 아시아와 유럽, 남미 등 전 세계의 민중 봉기 및 정치 변혁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이집트가 독재에서 과도 정부로 이동한 후 헌법을 개정하고 선거를 치르는 민주주의 체제로의 이동을 질서정연하고도 불가역적으로 이뤄내도록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가장 유용한 모범 사례는 1980년대에 민주화에 성공한 필리핀, 한국, 칠레"라고 말했다.
한국은 1987년 민주화 항쟁을 통해 직선제 개헌 요구를 관철, 군사정권을 밀어내고 문민정부를 출범시켰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나 현재 이집트군 최고위원회 등 군부의 역할을 점차 줄이고 민주주의를 이념으로 삼은 민간 정부가 출범하기를 미국이 염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이 바라는 최우선 순위는 인도네시아 모델이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이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민주주의 모델을 채택했다. 물론 군 출신의 30년 독재자 수하르토 대통령을 축출하는 과정이 선행됐다.
필리핀 역시 미국이 생각하는 모범사례다. 1980년대 민간 세력과 군부가 손을 잡고 봉기를 일으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을 몰아냈다.
미국이 지지하던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를 축출하긴 했지만 개헌과 선거 개혁을 통해 민주주의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칠레도 미국이 눈여겨보는 사례 중 하나다.
레흐 바웬사의 체코, 바츨라프 하벨의 폴란드 모델 역시 관심 대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집트의 향후 전망을 조명하면서 인도네시아와 터키, 파키스탄 모델 등을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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