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두고 맹세하매 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을 가리켜 맹세하매 풀과 나무도 안다’ 이순신 장군의 어록 중에서 뽑은 말이다(誓海漁龍動 盟山草木知). 참혹한 전란 앞에 서서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과 주어진 책무가 무엇인지 깨닫고 이 주어진 사명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이며 목숨까지도 바치겠다는 결연함이 베어 나오는 진정성 앞에 바다 속의 고기떼들과 용까지도 감동하고 초목마저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뜻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412주기 기일에 즈음하여 이 말씀을 상기하는 것은 이 세상(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호국의 정신과 희생을 감수하는 헌신과 사리(私利)나 사욕이 전무한 그 진정성이 못내 그리워서이다.
극명한 위기 앞에서도 늘 국론은 분열되고 무책임한 말장난이 난무하며, 심지어 살생을 일삼는 적을 코앞에 두고도 주적은 미국이라고 외치는 자들의 고성이 고막을 터트릴 지경이다. 그래서 우리는 충무공 이순신의 숭고지순한 뜻을 그리워하며 기리지 않을 수가 없다.
1592년 12월 16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412주기 기일이다(음력 11월 19일).
이 시대에 그분을 살려내어 잃어버린 민족혼을 살려내고 개인 이기주의에서 희생과 협동의 정신을 곧추세워야 한다. 그것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초등에서 고등교육은 물론 관공서나 모든 기업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호기든 위기든 주어진 상황 앞에서 철저한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공정한 대가 이상의 부당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그 진정성을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예 하나 들어보겠다. 아마도 군 검열관인 서익의 무고로 억울하게 파직되어 집에서 쉬고 있을 때였으리라. 불우한 이순신을 보기 안타까웠던 유성룡이 조정의 인사권을 쥐고 있었던 이율곡을 찾아가 보라고 권고한 일이 있었는데 “나와 율곡이 같은 덕수 이씨 문중이라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으나 그가 전상(장관)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옳지 않은 일이오”라며 끝내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어찌 보면 가장 작은 일 중의 한 일화를 예로 내세운 것인데 이러한 일상의 모습으로서 평소의 마음가짐을 더 가까이서 더 깊게 느껴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목숨 던져 나라를 구한 것이 최대의 가치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분의 큰 모습을 잊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무모하게 목숨을 던지는 모습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장 견디기 힘든 모든 아픔을 견디며, 가장 열악한 처지로서 7년 전쟁을 치르면서 23번 나아가 23번 모두를 승리로 이끌어냄으로써 불굴의 구국장수이기도 한 그분의 큰 모습도 그려본다.
오늘 우리는 비상식이 상식을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그분의 정신세계를 음미하고 혼의 경지를 동경하는 마음을 일으켜 세우며 추모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워싱턴 지역에서도 ‘이순신 문학상’을 제정하여 5년(2004~2008년, 5회) 동안 지속하며 그분을 숭모하고 그분의 인성을 살려내기 위한 행사가 있었다.
처음에는 일반인에게도 주워지기도 한 응모의 범위를 3회부터는 청소년만으로 압축하며 본격적인 인성교육의 틀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5회부터는 재미한국학교의 협찬을 받아 미국 전역에서 우리 청소년들의 응모가 114명에 이르는 등 그 열기가 치솟으며 이순신의 충효, 우애, 애국, 성실, 책임감, 진정성에 대한 가치를 깨닫는 계기로 번져가고 있었다.
비록 안타깝게도 2년씩이나 중단되고 있기는 하나 뜻있는 자들의 가슴속에 그 불씨가 아직은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어떤 형식으로든 그 불씨를 통해 새로운 불길이 일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성웅 이순신이 떠나신 날로부터 412주기가 되는 때를 즈음해서 우리는 가슴속에 살아있는 불씨를 살려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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