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반신불수 된 여인이 사고로 전파된 차안에 갇힌 자신을 극적으로 구출해낸 친구를 고소했다. 차가 폭발할 위기상황에서 친구가 자기를 ‘누더기 인형’마냥 거칠게 끌어내 불구자가 되도록 일조했다는 주장이었다.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놀랍게도 그녀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덴버에서는 눈보라치는 밤에 도심거리를 건너다가 픽업트럭이 질주해오자 행인 3명을 밀어붙여 구해주고 자신은 트럭에 치어 중상을 입은 사람이 병상에서 교통위반 티켓을 받았다. 덴버 경찰은 그가 길을 건너도록 세 노인들을 인도해준 의도는 좋지만 그 것이 무단횡단이었기 때문에 사고의 단초가 됐다고 지적했다.
위의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남을 도와준 ‘굿 사마리탄’이지만 실정법은 딴 소리를 한다. 캘리포니아 주법은 ‘의료조치’를 취할 수 없는 사람은 위기상황의 사람을 구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덴버 당국은 세 노인을 구해주고 중상을 입은 행인을 살신성인의 굿 사마리탄이 아닌 교통위반자로 몰아세웠다.
각 주마다 ‘굿 사마리탄 법’이 있지만 소송이 다반사인 세태 때문인지 선행을 권장하지 않고 오히려 말리는 분위기다. 의사, 간호사 등 숙련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위기상황의 사람을 구조할 경우 소송에서 면책혜택을 주지 않는다.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은 911 전화신고 정도이다(이를 의무화한 주도 있다).
선의의 굿 사마리탄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건 약과다. 요즘엔 은인에게 주먹질하며 행패부리는 사람도 많다. 천안함 폭파에 이어 연평도를 느닷없이 포격해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이 좋은 예다. 쌀과 달러를 퍼주는 남쪽의 굿 사마리탄에게 툭하면 행패를 부린다. 그러면서도 굿 사마리탄 역할을 계속 하라고 앙탈이다.
굿 사마리탄은 우리말로 ‘선한 사마리아인’이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유명한 비유 가운데 하나다. 한 유대인 여행객이 으슥한 산길에서 떼강도에게 돈과 옷을 빼앗기고 죽도록 폭행당해 쓰러져 있었다. 유대의 제사장과 레위인 등 도덕적 지도층의 인사들이 못 본체하고 지나갔지만 한 사마리아 사람이 그에게 다가가 기름과 포도주로 상처를 씻어주고(의료조치) 자기 나귀에 태워 주막으로 데려가 밤새 돌봐준 뒤 이튿날 주막 주인에게 돈을 더 주면서 그가 쾌차할 때까지 돌봐주도록 당부했다는 내용이다.
그 사마리아인은 자기의 돈과 시간과 정성을 들여 유대인을 돌봤지만 전혀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가르친 예수가 ‘하나님의 택한 백성’인 유대인들의 위선을 꼬집고, 당시 유대인들이 상종 못할 천민으로 취급한 사마리아인의 착한 행실을 귀감으로 삼았다. 선행은 예상 못한 사람들이 실천할 때 더 귀하다는 뜻일 수 있다.
바야흐로 굿 사마리탄의 예상 못한 구제 손길이 우리에게도 절실한 계절이다. 요즘 한인사회에는 헐벗고 굶주리고 병든 동포들이 많다. 2차 대전 후 최악이라는 경기침체가 3년째 계속되면서 불우이웃도 크게 늘어났다. 정부기관에도, 대기업체에도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다. 동포사회가 스스로 도와줄 수밖에 없다.
올해도 한국일보는 어김없이 연말연시 불우이웃 돕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선뜻 내키지 않겠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손을 조금만 펴자. 본보 캠페인은 ‘십시일반’ 운동이다. 10달러도 환영한다. 성금 기탁자들이 소송이나 행패를 당할 위험도 전혀 없다. 혹심한 불경기 속에 역대 최대모금액을 기록했던 작년처럼 올해도 독자 여러분의 굿 사마리탄 정성이 답지하기를 기대한다. 윤여춘(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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