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사회에서 살며 백인처럼 자란 우리 젊은이들은 나이가 들며 그들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눈에 뛴다. 부모에게 그들이 백인 사회의 정착 과정을 물어도 제대로 이야기가 없다. 그저 공부나 잘하여 어서 이 사회에서 성공하라는 이야기가 고작이다. 한국말이 서투른 아이들과 더 길게 대화를 시도해 보아도 부모와 아이들과의 대화가 오래 가지 못한다. 부모와의 대화가 영어로 쉽지 않아 아이들은 점점 혼자의 세계에 빠지며 주위를 기피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백인사회를 혐오하게도 된다. 백인 속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도 역사적인 인물 중에 자기와 용모가 같은 롤 모델이 없는 슬픔을 느낀다. 왠지 쿨하지 못한 한국 커뮤니티에서 자기가 닮아야 할 인물은 없다고 포기도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한국 커뮤니티는 스몰비즈니스 하는 부모와 한국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려서는 부모에 이끌려 한국 교회에 다니며 이민사회 행사에 참여하다가 대학에 가며 커뮤니티와 교회를 떠난다. 미국에 산다지만 부모들은 주류사회를 맴도는 어정쩡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우리 동포들은 자녀들에게 주류 사회에 참여하는 기대가 크다. 오래전 이야기다. 산호세 어떤 한국 IT회사가 주관하는 설명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점심시간에 2세 변호사와 같이 점심을 하며 우리 이민에 관심이 있는 이 젊은이에게 19세기말 20세기 초에 이민 온 동포 이야기를 했다. 그들이 미국사회에서 성취한 이야기를 하니 이 젊은이는 내가 혹시 초기 중국사람이나 일본 이민들의 이야기와 착각하는게 아니냐고 묻는다.
내 친구 아버지 김영오 대령을 아느냐고 하니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한다. LA출신 영 김 대령은 초급 장교때 일본계 미군을 이끌고 유럽에서 큰 전공을 세웠다는 이야기와 한국전 때 미 7사단 대대장으로 참전한 이야기를 하니 놀란다. 본인이 변호사여서 알프레드 송 가주 상원의원 이야기를 했다. 하와이 출신인 그는 2차대전때 군복무 마치고 남가주에서 법과대학 졸업과 합께 변호사가 되었다. 인종 차별이 심했던 1940년대 말 취직이 힘들어 가주 하원에 입후보해서 우여곡절 끝에 당선됐다. 후에 상원 법사분과 의원장 등 근 30여년간 의정활동한 인물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가 집필한 책이 웬만한 법과대학에서 교재로 쓰인다고 덧붙였다. 한참 듣고 있다가 지금 자기한테 농담하느냐고 했다. 아니라고 하며 1970년대말 KNBR라디오의 앵커가 더글러스 김이라고 하고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은 가주의회의 사무총장이었다고 했다.
제리 브라운이 주지사 였을때 의료담당 장관급 관리가 한국계라고 알려도 주었다. 그외에도 제 2차 대전 때 중서부 출신 한국계 미군 조종사는 여러 대의 독일 전투기를 격추 시켜 에이스의 칭호도 받았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참 듣고 있던 이 젊은 변호사는 왜 이런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좀 더 알려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아쉽게 이야기 한다. 이들의 존재를 진작 알았더라면 백인 지역에서 자라며 그리 외롭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1980년대에 ‘새크라멘토 비’ 이경원 기자가 동포 2세를 위한 영자 신문을 발행하며 몇해 고생하다가 주위의 도움이 없어 문을 닫았다. 그가 했던 일이 롤 모델 발굴이었는데 아쉬었다고 했다. 그와 흑인 사회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각 지역에 흑인 100명 조직을 펼치며 그들로 하여금 사회의 본을 보이고 자라나는 세대에 비전과 용기를 주는 성공담을 나누었다. 이 젊은이와 롤 모델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이야기 하며 헤어졌다. 롤 모델 발굴 운동이 우리 커뮤니티에서 벌어져 성공한 2세들이 다음 세대를 이끄는 기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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