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특별한 초능력을 가진 초인(강동원). 자신도 통제하기 어려운 능력 탓에 어머니에게 버려진 채 외롭게 살아간다.
전당포나 은행을 턴 돈으로 호화생활을 하던 초인은 어느 날 전당포를 털던 중 그곳 직원 임규남(고수)을 만나 자신의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초인은 눈엣가시 같은 임규남을 제거하기 위해, 임규남은 자신의 고용주였다가 초인에게 죽은 전당포 주인(변희봉)의 복수를 위해 무한 대결을 펼친다.
강동원ㆍ고수라는 꽃미남 2인방을 내세운 ‘초능력자’는 곱게 차려입은 꽃미남들이 유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밝고 사랑스러운 액션영화가 아니다.
강동원은 기괴한 표정으로 다리를 쩔뚝이면서 나오고 고수는 후줄근한 차림에 얼굴에 검댕을 잔뜩 묻히고 등장한다. 화면 톤은 어둡고, 음울한 내용에 스민 록음악은 고막마저 얼얼하게 한다.
‘초능력자’는 다른 사람을 마음껏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실패한 인물이다. 초능력을 쓰는 초인은 한쪽 다리가 없고 변변한 직업도 없이 살아간다. 초능력을 막을 수 있는 임규남도 중졸 학력에 자동차 폐차장과 전당포를 전전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배트맨’, 신문기자로 활약하는 ‘슈퍼맨’ 등 적어도 중산층이상의 삶을 살아가는 미국판 ‘히어로’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영화는 B급 정서가 완연하다.
화면은 음침하고 일부 장면은 친부살해까지 나올 정도로 거북살스럽다. 임규남과 친구들이 놀이공원에 놀러 가는 장면은 비주얼이나 효과음의 사용에서 ‘불티’ 같은 1980년대 한국영화의 촌스러움이 묻어나기도 한다.
여기에 비윤리적이고 음울한 내용이 교차하면서 영화는 114분간 내달린다. 중간 중간 유머가 삽입됐지만 전반적인 영화의 톤과 동떨어져 균열이 인다. 초인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가 초반을 제외하고 거의 나오지 않는 것도 이야기의 결을 매끄럽지 못하게 한다.
‘전우치’(610만명)와 ‘의형제’(546만명)를 통해 최고의 흥행배우로 거듭난 강동원의 연기를 보는 재미는 있다. 강동원은 걸음걸이, 눈빛 등을 이용해 트라우마가 있는 초인 역을 비교적 잘 표현했다. 다만, 지나치게 어깨에 힘을 들인 것 같은 아쉬움은 남는다. 고수는 특유의 선량한 표정으로 임규남 역을 소화했다.
음울한 화면에 덧입혀진 강력한 록 사운드는 영화에 리듬감을 얹고, 초능력을 발산할 때 흔들리는 화면은 다소 촌스럽지만 효과적이다.
이야기의 결이 매끄럽지 않고, 장르적인 혼선이 빚어지는 등 단점도 상당히 엿보이지만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한국판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던 감독의 시도는 높이 살 만하다.
‘괴물’(200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의 조연출을 역임했던 김민석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11월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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