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죽음 앞에서도 남을 챙긴다. 죽을 순간에도 양보하는 미덕을 보인다. 죽기를 작정하면 반드시 승리한다. 우리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조상들의 지혜, 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는 살신성인(殺身成仁)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 대의(大義)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3.1 독립선언문 서명과 윤봉길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의 삶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칠레 광산 붕괴로 생사(生死)를 넘나드는 광부들의 숨소리에 지구촌 전 인류는 불안과 초조 속에서도 ‘신의 기적’을 간절히 소원했다. 그들이 모두 극적으로 구조되는 장면을 숨죽이고 지켜보던 13일, 전 세계가 환호했다.
그들이 무사히 모두 귀환할 수 있었던 것은 한 편의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 그 자체였다. 어두운 갱 속에 갇혀 있는 동안 광부들이 보여 준 단결과 양보는 용기있는 행동이었다. 신의 음성이었고 운명의 미세한 소리였다. 그들은 자신의 생명도 양보하는 미덕을 보였다.
칠레 북부 산호세에서 광부 33명이 지하 622미터의 깊은 땅 속에서 69일간을 갇혀 있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수천 명의 보도진은 연일 긴장과 희망을 뉴스로 타전했다. 갇혀 있던 광부 전원이 구조됐다. 13일 새벽 0시11분 첫 번째 광부가 구조된 지 23시간 만에 전원 구조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소중한 한사람, 한사람이 ‘불사조’처럼 모두 살아 돌아왔다. 세계는 기쁨의 환성을 올렸고, 가족들은 울었으며 국민은 만세를 부르고, 모든 교회는 종을 울렸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칠레는 다시 태어났다. 전원 생환은 국민의 단결, 용기, 신뢰, 희망으로 성취할 수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칠레의 피네라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 모범을 남겼다. 세계인들이 칠레를 알아 볼 것이다”라고 했다.
광부들의 작업반장인 루이스 우르주아(54세)는 “우리는 산다는 것을 매일 기도하면서 알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구조된 광부들을 얼싸안고 기뻐했으며 이 광경에 매료된 가족과 보도진들도 손뼉치고 환성을 올리며 흥겨운 교회 종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심금을 울리는 감동은 광산 계곡에 새 나라, 새 천지, 새 삶의 시작을 알렸다.
초인간적인 미담(美談)이 초인격적인 기적을 만들어 냈다. 광산이 무너진 후 17일간은 희망도 없는 암담한 절망의 혼란상태였다. 오직 죽음의 사자만이 눈앞에서 어른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살아 돌아갈 것을 꿈꾸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상과의 연락두절, 식량부족, 추가 붕괴에 대한 공포심, 생필품의 부족, 밤과 낮의 무분별, 의료 보급의 차단, 동료 간의 질시와 반목 등 생존경쟁은 날로 살벌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작업반장인 우르주아는 “나는 여기서 죽는다. 여러분은 멋진 사람이다. 자질과 품성이 착하다. 살려면 나를 따르라”고 절규했다. 그는 “우선 식량 배급을 극도로 통제한다. 누구든 싸우고 분란을 일으키면 처벌한다. 뭉치고 단결하면 산다. 이틀에 과자 반쪽, 우유 반 컵, 참치 통조림 두 숟가락뿐이다”라고 말하며 동료들을 이끌었다.
구조작업이 시작돼 ‘희망 캠프’가 설치됐다. 매몰 광부를 살리기 위해 시추공이 622미터 지하로 관통하고 강관 삽입작업이 시작되었다. 처절했던 첫 17일이 지난 후 52일간 13센티미터의 구멍 튜브로 식량, 물, 통신기기, 약, 편지, 책, 간이변기 보급에 광부들은 규칙적인 일과로 각자 임무를 수행했다. D데이가 돼 마침내 ‘지옥탈출’ 시간이 가까웠을 때는 서로 뒷자리로 물러서며 양보의 싸움(?)을 벌였다.
죽기를 각오한 작업반장에게는 환호와 환성이 몰렸다. 대통령은 집 한 채를 약속하고, 그리스 해변의 휴식, 아이팟 (i-Pod), 교황이 하사한 묵주 등의 선물이 쌓였다. 국민 여론은 그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할 정도다. 죽기를 각오한 그가 새 생명을 얻고 새로운 삶을 얻게 된 것은 만고의 진리와도 같다. 희망이 있어 고통은 아름답다. 극한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꽃은 피어난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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