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워드는 칼 번스틴과 더불어 리차드 닉슨 대통령으로 하여금 사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것으로 유명해진 워싱턴 포스트 기자다. 닉슨의 백악관은 물론 워싱턴 포스트의 정치부의 노련한 기자들마저 워터게이트에 소재한 민주당 전당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했다가 체포된 사람들의 사건을 삼류 절도 사건이라고 냉소했을 때 경찰 사건들을 담당했던 이 젊은 두 기자들은 그 배후를 파헤쳐 백악관의 지시였음을 보도함으로써 압도적으로 재선된 닉슨이 2년도 못되어 백악관을 떠나게 만든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건 중심에 서있게 되었다. 그들이 퓰리처상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모든 대통령의 참모들(all the president’s men)’이라는 베스트 셀러를 썼고 그 책은 영화로 만들어져 저널리스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백만장자들이 된 후 번스틴은 포스트를 그만두고 소설 등에 손을 대었지만 별로 빛을 못본 반면에 우드워드는 계속 포스트에 적을 두면서 문자 그대로 1인 베스트셀러 제조 공장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특히 비밀 유지를 존재 명분을 삼는 CIA라든지 TV 카메라는 물론 녹음 방송까지도 허용치 않는 연방 대법원에 대한 책들은 우드워드의 뛰어난 취재 수완만이 아니라 내부 인사들의 기밀 제공 때문이라서 모든 언론인들은 물론이고 학자들도 감탄하도록 만들어왔다. 적어도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측근과 대통령 자신들과도 심층 인터뷰를 한 것에 더해 특급 비밀문서들까지 열람할 수 있는 역사상 유례가 드문 접근을 허용 받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존재가 되었다. 유진 로빈슨 포스트의 칼럼니스트가 그를 수퍼(Super) 보다 더 월등한 우버(Uber) 저널리스트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또 금년도의 논평 부문 퓰리처상을 받은 캐슬린 파커도 포스트의 칼럼에서 “왜 대통령들이 밥 우드워드에게 백악관의 열쇠를 주는가?”라고 탄식(?)한다. 파커는 이어 우드워드를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저널리스트”라면서 역사가 신발 끈도 매기 전에 역사의 초고를 완성하는 인간 녹음기라고 조금은 비꼬는 소리를 했다.
그 두 칼럼니스트의 반응은 최근에 출판된 ‘오바마의 전쟁들’이라는 우드워드의 새 책에 대한 것이다. 이미 포스트에 세 번 발췌된 그 책의 내용은 오바마 행정부의 처음 18개월 동안에 있은 아프간 전쟁과 국가 안보위원회에 관계되었던 100명 이상의 중심인물들의 인터뷰나 자료 제공에 의존한 것이다. 오바마 자신도 금년 7월에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드워드와 한 시간 15분 기록을 허용하는 인터뷰를 했다니까 나머지 고위층 인사들이야 더 말할 나위조차 없다. 심지어는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미군 군사력에 4만 명의 군인들을 파견해달라는 군 수뇌부의 압력과 증파를 반대하는 바이든 부통령 사이에서 고뇌하던 오바마 자신이 직접 구술하여 작성된 6페이지짜리 전략에 메모랜덤마저 그 책의 부록으로 포함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 책의 내용이 ‘예기치 않은 결과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한 예로 엘리오트 코언이란 존스 합킨스 대학의 전략학 교수를 들 수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가상의 시나리오를 전개한다. 하머드 카자이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조울병 환자인데 현재 약을 안 먹고 있다는 말을 저널리스트에게 한 것에 대해 “미국 지도자들이 나를 능멸하고 있으며 될 수 있으면 나를 없애려 할 것이다. 그들이 나를 배반할 것이 분명하니까 내가 먼저 그들을 배반하는 것이 상책이겠다”라고 생각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 것인가? 또 탈레반의 우두머리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가 “참 놀라운 일이군. 대통령이 친필로 쓴 전략 메모랜덤이 출판되다니. 우리 쪽 정보 담당이 아무리 노력했어도 입수할 수 없는 내용이 아닌가. 비밀 유지를 제대로 못하는 지도자는 전쟁을 이길 수 없지. 자기 부하들에게 ‘호전적’인 언사를 피하라고 지시하든지 출구 전략을 말하는 지도자는 싸울 의사가 없는 사람이지”라고 독백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포스트의 옴부즈맨(ombudsmen·독자 고충 해결사)에 의하면 우드워드와 포스트의 관계도 묘한 데가 있다. 그가 포스트에서 받는 연봉은 1,200달러란다. 포스트의 취재 방향에는 일체 관련이 없다는 우드워드는 가끔 신문사에 들르는 편이고 책 쓰는 일에만 전념하여 책은 포스트에 발췌되는 관계라는 것이다. 엄청난 인세에 더해 우드워드는 매년 20회 이상의 연설을 하는 바 1회당 5만 달러씩 연사료를 받는다고 한다. 그는 거의 모든 연사료 수입을 자기와 역시 저널리스트인 부인의 이름을 딴 우드워드 월쉬 재단에 기부한단다. 그가 계약직이나 마찬가지이니까 포스트에 상근하는 저널리스트들이 보수를 받고 연설하는데 대한 포스트의 윤리 규정에 구애를 안 받는다고 옴부즈맨이 지적한다. 상근 저널리스트들은 그들의 유료 연설이 포스트의 기사 취급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야 된다는 제약 아래 있어 그들의 상급자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우드워드는 정말로 독특한 존재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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