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얼굴을 내비쳤던 인디언 썸머도 막을 내리더니, 온통 가을 풍경이 진해졌다. 수목의 색도 깊어져가고, 하늘은 더욱더 푸르게 익어만 가고… 무엇보다도 갑자기 서늘해진 기온이 가을스러운 정서를 자아낸다.
20대에 느꼈던 가을은 사치스러울정도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계절이었고, 30대에 맞았던 가을은 아이들 키우기에 급급한 바쁜 나날이었기에, 그저 더위에서 추위로 넘어가는 정거장쯤으로 별 감흥 없이 지나갔던 것 같다. 이제 내손을 예전처럼 타지 않을 만큼 자라난 아이들 덕분인지, 계절 바뀌는 것이 눈에 들어오고, 바람이 달라지는 것도 느껴지면서 작년부터는 소위 가을을 타기 시작했다. 가슴 한쪽이 서늘하며, 주위에 둘러보면 아무도 없는가 같은 추운 기분, 외로움…
며칠전, 교회모임에서 자가성향테스트를 했다. 나의 성격을 알아보는 질문들이었는데, 재미있겠거니하며 시작을 했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막막해지며 나중에는 스트레스까지 받게 되었다. 질문인즉슨, 나는 모임에서 조용하게 있는편인지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거는편인지, 아님 일을 주도하는 편인지 따라가는 편인지 하는거였다. 어릴적부터 수줍음을 타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걸 무척 꺼려했었다. 하지만, 지휘자라는 자리에 있게 되면서 내가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야함을 배웠다. 그래서 그러한 질문을 받을땐, 많이 혼란스럽다. 난 내가 아직도 아는 이가 없으면 밥한 끼도 밖에서 혼자 못 먹는 내성적인 면이 내재되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려 노력했기에 다시 덧입힌 나의 모습도 같이 공유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테스트로 새로이 깨달은 건, 내가 참으로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오해와 선입견을 갖고 있구나 하는 거였다. 나의 자아와 맞닥뜨려 만나볼 기회가 없었구나 싶었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행복해하는지, 어떤 경우에 당황하는지, 무엇에 가슴 아파하며, 무엇에 분노하는지, 시간을 갖고 얘기하며 들어본 적이 없는가 같았다.
어디를 둘러봐도 그림 같은 이 아름다운 계절에 소극적인 외로움을 탈게 아니라, 자아성찰을 통해 나와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고독을 적극적으로 즐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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