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세계는 또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 세계는 어쩌면 가상의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도 없고 국경도 없는 세계에서 인종을 초월한 범세계적 국민들로 형성이 되어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속에는 또 하나의 멋진 세상이 펼쳐져 있어 그 곳에서 여러 친구들을 사귀고 대화를 하기도 한다. 또 블로그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하면서 많은 정보들을 주고 받으며 물건을 사고 팔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원한다면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공부를 할 수가 있다.
8월 21일 날 하기 졸업식이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다는 공문이 학교 공지란에 떴다. 드디어 졸업이다. 인터넷의 힘으로 사람의 인생과 사고까지도 변화시키는 것을 실감하면서 지낸 2년이었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인터넷은커녕 리포트를 한 자 한 자 타이핑해서 제출하여야만 하는 그런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글. 일본어, 한자까지 영어와 함께 쉽게 써내려 갈 수가 있고 클릭 한번이면 리포트, 영상 등이 순식간에 전달되므로 마음만 먹으면 주경야독(晝耕夜讀)하기에 참으로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공부하던 지난 2년은 서로의 얼굴은 모르지만 주경야독하는 학우들끼리 매일 매일 온라인 상에서 각자의 시와 작품들을 합평하면서 지낸 시간들이었다.
광주 민주항쟁 운동 때 방관자적 태도를 취했던 자신에 대한 죄의식의 마음을 시로써 진솔하게 밝히는 학우도 있고, 몸의 불구로 인해 일일이 입으로 마우스를 움직여서 리포트를 제출해 내고 드디어 영광의 졸업을 하게 되는 학우도 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트라우마(상처)부터 건드리라는 말처럼 우리는 서로의 크고 작은 상처들을 끄집어 내기 시작했다. 또한 그 상처들을 덮어버리지 않고 완전히 내보여 그것을 직시하고 바라보며 그 위에 새로운 살이 돋아나기를 바라며 보낸 시간들이었다.
북한문학에서부터 현대문학까지. 그리고 김소월을 거쳐 훨덜린까지 우리는 진지했고 행복했었다. 토론방과 게시판을 통해 토론하고 발표하던 지난 날들이 앞으로 무척이나 그리워 질 것이다.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남몰래 시를 썼기 때문인지 모른다” 라고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도 말했듯이 말이다.
살아 생전에 단 한번도 작가로써의 명성은커녕 유태인이라고 독일인으로부터는 경멸을 받고 체코인으로부터는 독일인이라고 외면을 당한 프란츠 카프카. 평생 동안 아무도 그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카프카 역시 그 많은 상처 속에서 문학과 인간 운명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하며 <변신>이라는 주옥같은 작품을 형상화 시키는데 정점을 이룰 수 있었다.
만약에 그가 가졌던 많은 상처들을 외면하였다면 오늘날 실존주의의 거대한 봉우리인 카프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문학이란 각각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그 영향 속에 존재의 재발견과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무한히 행복한 문학인이 아닐까? 그 문학인의 한 사람인 나는 여전히 주경야독하며 글을 <끼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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