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를 대표하는 두 명가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프리시즌 투어로 각각 미국과 한국에 가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4일 샌프란시스코 캔들스틱팍에서 멕시코팀 클럽 아메리카와 미국 원정 1차전을 가진 뒤 오는 7일 패사디나 로즈보울에서 LA 갤럭시와 친선경기를 갖는다. 바르셀로나는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와 대결을 펼친다.
그런데 이 두 여행에 임하는 양팀의 자세가 멤버구성부터 시작해 너무 대조적이다. 바르셀로나는 사실상 ‘미니 스페인대표팀’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지만 이번에 한국에 간 바르셀로나 팀에는 남아공월드컵에서 FIFA컵을 치켜들었던 스페인 대표선수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카를로스 푸욜, 다비드 비야, 페드로, 제라르 피케, 서지오 부스케츠 등 남아공월드컵 우승의 주역들이 모두 ‘월드컵 휴가’중이라는 이유로 이번 한국원정 명단에 빠졌다. 그나마 현 세계축구 최고의 수퍼스타인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함께 브라질의 다니 알베스, 스웨덴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이 엔트리에 포함돼 구색은 맞췄으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전날인 3일 경기에 뛸 몸 상태가 아니라며 메시가 올스타전에 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놨다. 다급해진 한국프로연맹과 매치대항사가 메시의 결장은 계약위반이라는 이유로 강력히 항의하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메시가 경기에 뛰는 것으로 결말지어졌으나 그가 전력을 다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해보여 한국팬들은 바르셀로나와 메시의 ‘껍데기’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원정에 나서는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미국원정 두 경기를 앞두고 명실상부한 팀의 베스트 멤버들을 총동원하고 나섰다. 새로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은 명장 조제 무리뉴 감독은 2008년과 2007년 FIFA 올해의 선수를 수상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카카(브라질)는 물론 이케르 카시야스, 사비 알론소, 세르지오 라모스 등 스페인 월드컵 우승 멤버들과 곤잘로 이과인, 앙헬 미리아(이상 아르헨티나) 등 남아공월드컵 무대를 누볐던 각국 스타들을 빠짐없이 불러들였다. 이중 카시야스와 알론소, 라모스 등 스페인 월드컵 우승멤버들은 ‘월드컵 휴가’를 중단하고 불려나온 탓에 3일 뒤늦게 LA에 도착해 4일 클럽 아메리카와의 경기에는 뛰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7일 갤럭시와의 경기에는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리그소속으로 똑같이 시즌 개막을 준비하는 입장인 두 팀이 이처럼 같은 시점에서 벌어지는 해외투어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것은 결국 이들을 초청한 주최측을 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으로 추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레알 마드리드가 최대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려 애쓰고 있는데 반해 바르셀로나는 짭짤한 초청료를 챙기는 것 외엔 한국원정에서 특별히 건질 것이 없다는 자세가 느껴진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도 불구, 세계무대에서 한국은 아직도 ‘봉’에 불과하다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동우 기자>
K-리그 올스타와 경기를 앞두고 공식훈련에서 축구공을 깔고 앉아 훈련을 지켜보는 펩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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