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승리의 열쇠는 박지성과 루니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U)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10일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AC밀란(이탈리아)을 4-0으로 대파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간판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와 박지성을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거명했다. 이날 선제골과 추가골 등 2골을 터뜨린 루니가 칭찬을 받은 것이야 너무도 당연했으나 박지성이 그와 함께 승리의 수훈갑으로 거론된 것은 루니만큼 눈에 띄지 않아도 박지성의 역할이 맨U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가를 인정한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은 절제있고 지적인 플레이로 희생적인 경기를 펼쳐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줬다”고 특별히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지성은 이날 중앙에서 AC밀란의 플레이메이커 안드레아 피를로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전방과 후방의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것은 물론 이날 팀의 3번째 골이자 자신의 시즌 2호골까지 터뜨려 맨U가 만만치 않은 상대 AC밀란을 생각보다 손쉽게 제압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경기 후 축구전문사이트 골닷컴은 선수평점에서 박지성에 대해 “뛰어난 연결맨이었고 상대를 짜증나게 하는 최고급 요소였다. 피를로가 플레이를 이끌지 못하게 차단했고 침착하게 골도 뽑아냈다. 루니가 볼을 잡을 때마다 항상 옆에 있었다”면서 루니(평점 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8점을 부여해 퍼거슨 감독과 견해를 같이 했다. 스카이스포츠 역시 루니에게 평점 9, 박지성에 평점 8을 줬다.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벌어진 16강 1차전에서 후반 루니의 연속골로 3-2 원정승을 거뒀던 맨U는 이날도 루니가 전반 13분과 후반 1분 연속골을 뿜어내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은 뒤 후반 14분 박지성의 쐐기골과 44분 대런 플레처의 마무리골을 묶어 전혀 예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AC밀란을 4-0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두 경기 스코어 합계 7-2의 압도적 차로 8강에 안착했다. AC밀란은 팀 플레이의 핵인 피를로가 중앙에서 박지성에 완전히 차단당하면서 플레이의 흐름을 찾지 못해 시종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다 4골차 참패를 당했다. 경기 후 레오나르도 감독은 “맨U의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우리는 오늘 너무도 강한 팀을 만났다”고 완패를 인정했다.

전반 13분 게리 네빌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루니가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연결, 선취골을 뽑아낸 맨U는 후반 시작과 함께 왼쪽을 돌파한 나니의 절묘한 크로스를 루니가 쇄도하며 뛰쳐나온 골키퍼 옆으로 밀어 넣어 2-0으로 달아나며 1, 2차전 합계 5-2로 리드를 벌려 사실상 승부를 끝냈다. 이어 후반 14분 박지성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스콜스의 패스를 받아 사각에서 오른발슛으로 반대쪽 골포스트 바로 안쪽에 꽂히는 3번째 골을 뽑아냈고 맨U는 후반 종료직전 플레처의 헤딩골로 대승을 마무리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뛴 박지성은 이날 시즌 2호골을 터뜨림과 동시에 이날로 40번째 경기에 나선 챔피언스리그에서 통산 3번째 골을 기록했다.

<김동우 기자>


박지성이 맨U의 3번째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AP)

박지성이 AC밀란 수비수 마시모 암브로시니의 태클에 앞서 오른발슛으로 골을 터뜨리고 있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