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남서부 교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과주임을 맡고 있는 클래스메이트가 TV 채널9 저녁 뉴스 특집시간에 전문가로 출연하게 되었다고 꼭 봐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 학교에서 섹스팅 사건이 있었는데 특집 주제가 바로 청소년 섹스팅이라는 것이었다.
아이폰으로 자신의 부분, 혹은 전 나체사진을 찍어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에게 전송한다는 섹스팅. 주고받는 당사자만 보는 것이 아니고, 인터넷에 올려져 삽시간에 수많은 이들에게 보내진다는 섹스팅.
신문에서 읽고 ‘설마’ 했던 믿을 수 없는 일을 직접 교사에게서 듣고 나니 지금, 여기서, 청소년들에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그 학교에서는 관련된 학생들의 처벌을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다고 했다. 전례가 없으니 처벌의 기준이 없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포르노 범죄자로 평생 낙인이 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부모들에게 맡겼고, 두 학생 모두 학교를 옮기는 것으로 일단락이 지어졌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우리 아이들 세대가 자식들 기르는 것이 참으로 만만치 않겠다는 걱정과 함께 고등학교 때 단짝이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대학시험을 치른 직후였다. 합격발표가 나기 전에 평생 처음 친구 두 명과 2박3일의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이라고는 하나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었고, 고향이 시골인 어느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것이었다.
단체로 수학여행은 가봤으나 친구끼리 여행을 가는 것은 평생 처음이었으니 우리는 한껏 들떠있었다. 이 세상이 우리 것인 양 행복했다. 버스로 3시간 남짓밖에 안 되는 거리였으나 우리에게는 세계 일주에 나선 것이나 다름없었다.
과자를 먹으며, 소곤소곤 얘기하다, 쿡쿡대며 웃다가, 불쑥 불안해져 “얘, 우리 중에 하나라도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며 숙연해지다가, 서로 “너는 꼭 붙을 거야” 라고 해주면 안심이 되어 다시 킥킥대고...
그러다가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졸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휴일도 없이 입시준비를 한 피로가 몰려왔던 것이리라. 갑자기 친구가 내 옆구리를 찔러서 잠이 깼다. 친구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내 귀에 대고 말했다.
“영옥아, 나 꿈 꿨어.”
“합격하는 꿈?”
“아니, 꿈에서 키스했어!”
“뭐라고? 미쳤어!”
‘키스’라는 말을 입에 올리고, 그 단어를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어찌할 줄을 몰랐던 것이다. 지금도 만나면 우리는 수십 년 전 그 날의 ‘키스사건’을 얘기하면서 웃곤 한다.
요즈음의 청소년들이 가엽다. 장난감이 너무 많아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아서 참 가엽다. “장난감을 받고서 그것을 바라보고 얼싸 안고 기어이 부셔 버리는/ 내일이면 벌써 그를 준 사람조차/ 잊어버리는....”
이영옥 / 수필가·교육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