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젊었을 시절에는, 설날이 되어 세배를 드리는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이 많이 하셨던 이야기가 “국수는 언제 줄껀가?” 였었다. 50년 전에만 해도 잔치집에서는 국수를 말아서 동네잔치를 하였는데, 그 때에는 지나가던 길손도 결혼식의 잔치국수를 대접받고 가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국수’는 ‘결혼잔치’를 의미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그러한 인사를 하는 어른들도 없거니와, 소위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기고도 자기가 뜻하는 일을 하느라고 결혼보다는 자기의 꿈과 성취감을 위해서 모든 시간을 투자하는 젊은이들을 보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우리시대의 젊은 여인들 처럼, 결혼을 하기위하여 자기가 즐겨하던 일을 접고, 시집을 가야했던 여인들을 지금은 보기가 어려워진다. 또 결혼을 하였다고 직장에서 차별을 받던 시대도 지나가고 있으며, 현대에는 부부가 모두 직장을 갖는 것이 보통인 시절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리라.
어이가 없었던 일은, 우리나라의 여성교육에 앞장을 섰던 이화여대에서도 결혼을 하면 학교를 그만두어야만 하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한 시절에 젊은이들의 꿈을 일깨워 주었던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지리선생님이던 ‘김참삼’씨가 어느 날 ‘무전여행’을 하면서 세계의 여러 곳을 방문하였던 것이었다. 그 뉴스는 많은 반향을 일으키면서 젊은이들의 가슴속에 불씨를 남겨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여러 사람들에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불길을 당겨주었다.
젊음은 야망의 시절이기도 하였으나, 전쟁에서 겨우 일어섰던 그 시절의 젊음에는 그러한 용기를 실천하기는 많은 장애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마침내 다음 세대가 그들의 꿈을 실현할 수가 있는 터전도 마련하였다. 지금은 세계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로 공항이 북적거릴 뿐만 아니라 걸어서 지구를 세 바퀴 반을 돌았다는 ‘한비야’씨의 이야기, 남들이 찾아가지 않는 세계 각처의 가난한 나라에서 몇 해에 걸친 오지 여행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도 접하게 되는 시대인 것이다.
여행 뿐만이 아니다. 그러한 개성과 신념은 방방곡곡에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이루어 놓은 꿈. 우리가 젊어서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꿈. 생활의 터전을 위하여 우리가 기꺼이 포기하였던 꿈. 그리고 또 저물어가는 세대가 그토록 부러워하여 갈망하던 꿈. 그래서 지금이라도 시작해 보고도 싶은 꿈인 것이다.
지금은 개성의 시대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비평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믿고 있는지 그 신념이 문제인 시대이다. 그리고 각자 자기들이 믿는 것을 실천하는 시대이다. 자기의 신조, 살아가는 태도에서도 다른 사람의 시선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산다.
우리는 지금, 언론의 자유와 자유로운 사유 속에서 지난 날의 우리가 겪었던 관념과는 다른 사회를 살고 있다. 동성간의 결혼이 합법이냐 아니냐 하는 것도 논쟁이 되고 있고, 전쟁을 하는 것이 직업인 군인들이 반전운동을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옛시절의 통념과 그 구속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던가. 그 때에 우리는 개인이었던 자신을 기꺼이 포기하였으며, 가족과 사회를 위해서 우리의 꿈과 이상을 접었었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일이었으며, 보람있는 일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었었다.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 기존의 질서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 관념보다는 새로운 개념이 각광을 받는 시대. 구시대의 유물임을 일깨워 주는 아날로그는 지나가고 새로운 디지탈의 시대. 옛시절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것들. 그리고 2010년을 맞이하여서 되돌아 보게 되는 우리들의 꿈.
이 시대에는 개인의 특질이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 구세대가 개발해야 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개성과 못다한 꿈일 것이라고… 한 해를 마무리지으면서 다짐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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