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게임서 한국-북한 연파 기염
만년 약체 홍콩에 축구바람 일으켜
“어린 선수들이 오늘 밤 홍콩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또 한 번 꿈을 갖고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으면 좋겠다.”
10일 제5회 동아시안게임 축구 준결승이 열린 홍콩 스테디엄은 흥분에 휩싸였다. 약체로 꼽히던 홈팀 홍콩이 승부차기 끝에 난적 북한을 4-2로 꺾으며 결승에 진출하자 관중은 홍콩 깃발을 흔들며 ‘홍콩’을 연호했다. 홍콩 축구가 국제종합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기에 홍콩팬들의 열광은 당연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에 올려놓은 것이 외국인 히딩크 감독이었다면 이 대회에서 홍콩 축구의 새 역사를 쓴 인물은 한국인 김판곤(40) 감독이다. 한국 국가대표 풀백 출신인 김 감독은 이미 지난 4일 대회 예선에서 한국을 4-1로 대파하면서 이미 홍콩의 유명인사가 됐다.
비록 한국이 내셔널리그 선수로만 구성된 실업 선발팀이긴 하지만 홍콩 대표팀도 23세 이하 선수로 팀을 꾸린 것이기에 김 감독의 승리는 유력지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1면 톱기사로 다뤄질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홍콩은 이후 중국에는 0-1로 아쉽게 졌지만 10일 준결승에서 북한을 이기면서 결승에서 일본과 맞붙게 됐다.
김 감독은 북한에 이긴 뒤 기자회견에서 “어린 선수들이 강팀을 격파하면서 홍콩 시민에게 자부심을 안겨줬다”며 “일본이 강팀이긴 하지만 축구에서 누가 이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꿈이 있으면 이룰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부산 아이파크 수석코치와 감독 대행을 지냈던 김판곤 감독은 지난 2008년 부산을 떠나 올해 초 명문팀인 홍콩 사우스차이나 클럽의 감독을 맡았고, 지난 8월부터는 홍콩 대표팀 감독도 겸임하고 있다. 김 감독이 홍콩 대표팀과 클럽팀을 맡은 이후 홍콩 축구의 색깔은 크게 달라졌다.
수비만 하다가 역습에 중점을 두었던 기존 전략 대신 공격 중심의 축구를 하도록 강조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홍콩의 새로운 세대가 잘 자란다면 홍콩 축구의 장래는 밝다”며 “1960~70년대 아시아 최고 리그였던 홍콩 축구가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 홍콩 시민의 사랑을 받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홍콩축구의 히딩크로 떠오른 김판곤 감독.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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