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해외작가는 브라질의 파울로 코엘료라고 한다. 그가 쓴 ‘연금술사’는 이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와 함께 모던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오히려 점점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찾고 있는 우리에게, 코엘료 작가는 우리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며 그의 에세이집 ‘흐르는 강물처럼 (Like the Flowing River)’을 떠올리게 되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책을 구하는데 꽤 어려움을 겪어서인지 올해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었다. 책의 제목처럼 잔잔하고 물 흐르듯이 쓰인 이 책을 읽고 나서 바다에 도달한 것 같은 뿌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부엌 카운터에 두고 다시 틈틈이 읽어보는 그런 책이 되었다.
작가는 소설 속 인물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했었다.
한 인간의 역사는 전 인류의 역사다라고. 이 책에 담긴 101편의 글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우리’라는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희로애락이 바로 전 인류의 역사라고.
이 책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라고.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에게 답하기를 요구한다. 그것이 우리가 자아의 신화를 살기 위해 거쳐야 할 첫 걸음이기 때문이리라.
이 책의 글 속의 한 주인공 마누엘은 한시라도 바쁘지 않으면 불안한 일중독자이다.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본분에 충실한 정직한 소시민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 중의 하나이다. 어느 날, 그의 꿈에 천사가 나타나 그에게 묻는다.
“자넨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분주하게 사는가?”
마누엘이 대답한다. “책임감 때문이지요.”
천사가 다시 묻는다. “하루에 십오분만이라도 일을 멈추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세상과 자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없나?”
마누엘은 그러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럴 리가 있나” 천사가 응수한다. “누구에게든 시간은 있네. 용기가 없을 뿐이지. 노동은 축복일세. 그것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러나 일에만 매달려 삶의 의미를 도외시한다면 그것은 저주야”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누엘은 퇴직을 한다. 그간의 시간을 보상받고자 그는 부지런히 여행을 하고, 정원 일을 하며 노후를 즐기려고 애쓴다. 그러나 마누엘은 외롭다.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봉사했건만, 자신이 불필요한 존재로 느껴지는 것이다.
어느 날 밤, 꿈에 천사가 다시 나타나 그에게 묻는다. “자네는 인생에서 무엇을 일구었나? 꿈꾸던 인생을 살았나?”라고.
나는 올 한 해 동안 무엇을 일구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질문이다. 꿈꾸던 한 해를 살았나? 라고 자신에게 물으며, 이 책의 서문에서 작가가 인용한 마누엘 반데이라의 짧은 글을 떠올려본다.
깊은 밤 고요히 흐르는/ 강물 같아라/ 밤의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아/ 하늘의 모든 별을 제 물력에 담고/ 구름이 하늘을 가리면/ 구름 또한 물 같고 강 같아/ 흔쾌히 그들을 비추리/ 깊고 깊은 침묵 속에서.
‘흐르는 강물’같은 새해를 꿈꾸어보며.
이영옥 / 수필가·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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