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잃어버렸다. 어차피 전화기 찾기는 물 건너 간 이야기라고 치더라도 제일 암담한 게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친지, 친구 그리고 비즈니스 관계 연락처도 함께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핸드폰이 일반화 된 이후로 전화번호는 그저 입력하면 되었기 때문에 기억할 수 있는 번호가 별로 없다. 가끔 이런 날이 올수도 있겠다라는 불안감이 있어 컴퓨터에 저장해둬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결국 이런 엄청난 재난을 당하게 된 것이다. 상대방이 내게 전화를 하지 않는 한 내가 먼저 연락 할 수 없는 수많은 지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또 내 비즈니스 연락관계가 난감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마음한편으로 홀가분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나 역시 눈만 뜨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이메일을 체크하고 놓친 통화가 없는지를 살피고 텍스트 메시지를 보낸다. 언제 어디서나 틈만 나면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손닿기 편한데 놓고 신경을 쓴다. 그렇게 생활의 일부분이던 전화기가 사라져버리고 나니까, 처음 하루는 연락이 안 되어서 문제가 생길까 조바심내고 허전해하다가 그 다음에는 점차 마음이 편안해 졌다. 울려대던 전화 음으로 부터 자유로워지니, 나만의 시간이 많아진듯 하여 한결 여유로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며칠 동안 즐기던 자유로움을 아쉬워하며 새로운 카드를 발급받고 전화기를 장만하여 잃어버린 번호들을 하나 둘 찾아서 입력하고 있다. 다시금 부지런히 이메일을 체크하고 텍스트를 보내고 전화통화를 한다. 발달된 테크놀로지가 이동시간을 줄여 일하는 시간을 절약하게 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오히려 더 바빠진 느낌이다. 전화기를 잃어 버렸을 때 사실은 잃어버렸던 무엇인가를 반대로 찾았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무엇을 찾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오고 간 며칠이었다.
남리사/재정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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