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매스컴마다 ‘엣지edge’를 떠들어댄다. 패션계나 광고 방송계에서 통용되던 이 단어가 ‘스타일’이라는 드라마로 인해 국민 언어에 등극하나보다. ‘날이 섰다’ ‘각이 살아있다’는 사전적 의미로부터 ‘독특하고 개성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로, 영어의 한국식 발음 표기이다.
드라마 속 유행어로 부상하니 너도나도 적절한 타이밍에 이 두 글자를 어떻게 멋지게 날려줄까 기회만 엿본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이들은 혀를 끌끌 차지만, 일단 유행어가 되고 나니 대중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남들과는 다르고 개성 있는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여성을 ‘엣지녀’라 지칭하기도 한다.
매스컴이 생성한 신조어는 인터넷 논란의 정점이 됐던 ‘된장녀’나 일본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건어물녀’처럼 일종의 사회 트렌드를 꼬집어낸다. ‘된장녀’는 2005년 모주간지가 스타벅스 커피 전문점에 빠진 2,30대 여성들에 관한 특집 기사를 게재하면서 네티즌들의 논쟁을 야기시켰다.
비싼 명품을 즐기는 여성들 중, 스스로의 능력으로 소비 활동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말. 공교롭게도 그 이듬해 모 아나운서가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면서 된장녀의 최고봉이 되었다.
반면에 건어물녀는 일본만화 ‘호타루의 빛’에서 유래된 말로, 직장에서는 매우 세련되고 능력 있는 여성이지만 일이 끝나면 미팅이나 데이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 와서 츄리닝을 입고 머리를 대충 묶고 맥주와 오징어 등 건어물을 즐겨 먹는 여성이다. 2007년 일본에서 ‘호타루의 빛’이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신조어 대열에 올랐고, 한국으로도 건너와 직장 여성들 사이에 건어물녀의 비중을 점점 높였다.
감동과 전율보다는 비하와 자극이 부각된 생성물이 매스컴 언어이다. 언어로 표현되는 예술인 문학에서 언어가 지니는 힘과는 너무도 다르다. 감동의 정점에 서지도 않고 스토리텔링도 불가능하다. 일상생활에서 소통의 방편이 되는 전달의 언어일 뿐이다.
그렇다고 모르고 넘어가서도 안 된다. 사회 트렌드를 담아 탄생했기에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게 책정된 스타벅스 커피가 한국에서 잘 팔리는 이유로 된장녀를 지목하는 바람에 직장을 다니는 미혼 여성들 일부가 집으로 숨어버렸고, 집에서 혼자 쉬는 것을 즐기다보니 연애를 잊게 되면서 건어물녀로 변하는 식이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엣지녀는 건어물녀의 반성이자 진화이다. 매사에 엣지있는 삶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여성이 다시 사회의 중심에 섰으니 어쩌면 얼마 되지 않아 선덕여왕이라는 감동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은선 / H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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