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케일럽은 만 12세의 미국 남자아이로 캘리포니아의 중산층 동네의 괜찮은 학교 7학년에 다니고 있다. 학교는 아침 7시50분에 시작해서 오후 2시25분이면 끝난다. 수요일을 제외하고는 방과 후 바로 학교에서 집으로 걸어온다.
집에 오면 숙제를 하고, 숙제가 끝나면 학교 밴드부에 들어 있으므로 색서폰 연습을 하거나 동생들과 논다. 수요일은 방과 후 학교 내에서 하는 체스클럽 활동을 4시까지 한다. 화요일 저녁에는 보이스카웃 모임이나 교회 청소년부 모임에 참가한다.
공부 스트레스를 약간 받기도 하고 과제가 어려우면 밤늦게까지 앉아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부모님이 공부를 봐주기 때문에 아직까지 크게 어렵지 않다.
주말은 가족들과 함께 공원에 가거나 보이스카웃 활동이 있으면 참가하고, 주중에 못 보았던 TV도 시청하고 컴퓨터 게임도 한 시간씩 할 수 있다. 지금 계획은 8학년이 되기 전 여름방학 동안 수영 라이프가드 클래스를 듣고 공부를 보충하는 것이다.
#2. 병주는 만 12세의 한국 아이로 강남 서초동의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근처 중학교 1학년생이다. 아침 8시쯤 등교해서 월·수·금요일은 오후 4시에, 화·목요일은 오후 3시반쯤 학교공부가 끝난다.
월·수·금요일은 방과 후 바로 집에 왔다가 간단한 간식을 먹고 5시쯤 학원차를 타고 영어학원으로 향한다. 영어학원에서 돌아오면 9시. 씻고 저녁을 먹은 후 숙제를 시작해 12시에 잠자리에 든다.
화·목요일은 방과 후 바로 논술학원으로 향한다. 5~6시쯤 집에 오면 씻고 저녁을 먹고 난후, 8시부터 10시까지 수학 과외를 받는다. 숙제는 물론 그 후부터 시작한다. 토요일은 한 달에 두 번 학교에 가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간 정도 과학 그룹과외를 받는다. 최근까지 받아오던 사회 과외를 과학으로 바꾼 것이다.
일요일에는 그룹으로 체육수업을 받는다. 학교 체육시간에 필요한 내용들을 익히기 위함이다. 얼마 전까지 운동을 했었지만 도저히 시간을 뺄 수 없어서 체육과외로 대신하고 있다.
수학은 현재 중2 내용을 선행하고 있지만 이미 고등학교 수학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특목고 준비, 특히 학원의 특목고 반에 들어가기도 어렵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 살고 있는 동갑내기, 이 아이들의 사는 방식은 무척이나 다르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귀가 따갑게 들은 것은 ‘아이들이 큰일 났다’는 것이었다. 한참 클 나이의 아이들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씻고 먹는 것 이외에는 공부만 해야 한다니… 이곳의 아이들이 게임 몇 시간, TV 몇 시간 시청을 두고 부모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한국의 아이들이 반드시 불행한 걸까? 사회 전체 환경이 그렇다면 그 안에서 적응하며 경쟁력 있게 성장하면 될 것이다. 유학을 가지 않고도 영어를 잘 하는 사람, 한국에서만 공부했는데 외국 학교에 당당히 입학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어쩌면 한국이라는 환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는지 모른다.
각각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이 아이들이 10년 후 만난다면 누가 더 행복하다고 할까?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집중하면 불행하다 할 것이고, 자신이 가진 것을 마음껏 누리고 즐기려 했다면 분명 둘 다 행복할 것이다.
행복은 미국, 한국, 어디에 사느냐에 달린 게 아닌 것 같다. 각자 있는 곳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행복한 삶의 비결이라는 것이 이번 한국 방문의 결론이자 나를 위한 다짐이기도 하다.
유정민 /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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