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김인식 야구대표팀 감독이 과감한 용병술과 작전으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신화 재현에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
김 감독은 15일 샌디에고 펫코팍에서 열린 WBC 2라운드 멕시코와 1차전에서 ‘작전의 종합 선물세트’를 선사했다.
버스터(번트에서 타격으로 전환), 보내기 번트, 더블 스틸 등 갖가지 작전으로 멕시코를 마운드를 뒤흔들었고 대성공을 거뒀다. 김 감독은 1라운드에서는 ‘치고 달리기’ 사인만 딱 한 번 냈지만 이날은 허술한 멕시코를 상대로 작심한 듯 현란히게 손을 움직였다.
야수 기용은 100% 성공했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놀랍게 적중했고 선발 투수 3명을 모조리 투입한 계투책은 예상을 완전히 깬 히든카드였다.
◇이범호.이용규, 분위기 반전 일등공신
김 감독은 이날 왼쪽 팔꿈치 통증으로 실전 감각이 떨어진 추신수(클리블랜드) 대신 이범호(한화)를 기용하고 우익수는 이진영(LG) 대신 기동력을 살리고자 이용규(KIA)를 썼다.
멕시코 왼손 선발투수 올리버 페레스(뉴욕 메츠)를 겨냥해 이범호의 한 방을 기대하고 3루 수비가 약한 이대호(롯데)를 지명 타자로 돌려 상승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었다.
이범호의 솔로 홈런은 1점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2점을 먼저 줘 주도권을 빼앗긴 2회 공수 교대 후 이범호는 페레스의 바깥쪽 높은 공을 그대로 돌려 좌측 스탠드에 타구를 날려 보냈다. 이범호가 홈런으로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자 대표팀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다.
‘국민 우익수’ 이진영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이용규(KIA)도 펄펄 날았다.
이용규는 2회 이범호의 홈런이 나온 뒤 곧바로 좌전 안타로 살아 나갔고 2사 후 박기혁 타석 때 2루를 훔치고 상대 실책 때 홈을 밟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벤치의 기대에 부응해 한동안 실종됐던 한국산 발야구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수비 강화를 위해 정근우(SK) 대신 5회 들어간 고영민(두산)은 멕시코 선발 페레스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비거리 121m짜리 시원한 대포로 도리어 공격에서 힘을 보탰다.
4-2로 앞선 7회 무사 1,2루에서 김태균 타석 때 고영민, 대주자 이진영(LG)의 더블 스틸은 상대 허를 완전히 찔렀고 김태균(한화)의 쐐기 2타점 적시타가 터지는데 주춧돌이 됐다.
◇김광현-윤석민 동시 출격
장기인 투수 운용에서 김 감독의 작전은 더욱 빛났다.
경기 전 위기가 오면 빨리 투수를 교체하겠다던 김 감독은 선발 류현진이 2회부터 매회 안타를 맞는 등 고전하자 2-2이던 3회초 2사 1,2루 수비 때 정현욱(삼성)으로 바꿨다.
류현진의 투구수가 65개에 불과했으나 경기의 중요성을 고려해 두 번째 고비가 오자 가차없이 교체했다. 시속 149㎞짜리 빠른 볼을 앞세운 정현욱은 2⅔이닝 동안 힘으로 멕시코 타자들을 눌렀다.
정현욱-정대현(SK)에 이어 김 감독이 4-2로 앞선 7회 무사 1루에서 김광현(SK)을 불펜에서 부른 것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9일 일본전에서 8점을 줘 의기소침했던 김광현은 이날 가장 어려운 상대였던 홈런타자 아드리안 곤살레스를 3루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는 등 두 타자를 범타로 막고 임무를 완수했다.
김 감독은 주자만 나가면 아예 상대의 맥을 끊을 작정이었고 7회 2사 1루에서 김광현에 이어 윤석민을 투입, 4번 타자 호르헤 칸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흐름이 뒤바뀌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샌디에고=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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