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우익수’에서 `국민 만루홈런 타자로’
이진영(LG)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다시 한번 빛났다.
이진영은 6일 도쿄돔에서 열린 제2회 WBC 아시아예선전 대만전에서 1회말 대만 에이스 리전창을 상대로 우중간 관중석 상단에 떨어지는 비거리 135m의 대형 만루홈런을 때려 일찌감치 승기를 한국 쪽으로 가져왔다.
이 덕에 한국은 1회 말 6-0으로 여유있게 앞서면서 선발투수 류현진을 무리하게 끌고가지 않고 동시에 중간계투진을 활용해 1-2회씩 던지도록 해 컨디션을 점검하는 소득도 얻을 수 있었다.
이진영은 WBC를 통해 야구 선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소속팀 SK 와이번스에서도 야구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WBC를 통해 `전국구 스타’가 됨은 물론 세계 야구계에도 이름을 날렸기 때문이다.
이진영이 `뜬’ 결정적 계기는 2006년 첫 WBC 대회 아시아라운드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보여준 호수비. 0-2로 뒤지던 4회말 2사 만루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일본의 니시오카 쓰요시가 봉중근의 2구째를 밀어쳐 우익선상으로 총알처럼 빠지는 2루타성 타구를 날렸다.
당연히 수비수 글러브를 벗어날 것으로 생각한 일본 팬들의 환호로 도쿄돔은 떠나갈 듯했다.
하지만 이진영은 타구의 방향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고 몸을 날리는 그림같은 수비로 대량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타구를 잡아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하지 않은 명장면에 일본 팬들마저 탄성을 질렀고 일부 관중은 기립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이진영의 호수비를 발판삼아 8회 이승엽이 역전 2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짜릿한 3-2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고 결국 예선 1위로 미국에서 열린 본선에 진출해 세계 4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때부터 이진영의 별명은 `국민 우익수’가 됐다.
대대적 세대교체가 이뤄진 제2회 WBC 대표팀 중 이진영은 첫 대회를 경험한 7명 중 한 명이다. 첫 대회 당시에는 이종범, 박찬호, 이승엽 등 선배들의 뒤를 받치는 든든한 후배였지만 이제는 이들이 빠진 대표팀의 `허리’로서 김광현, 추신수, 김현수 등 후배들을 이끌고 세계 4강 이상을 이뤄내야 할 막중한 책무를 맡았다.
이진영은 1일 일본에 입성한 직후 나리타 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각오를 묻자 놀러온 것이 아니니 좋은 성적을 거둬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겠다라고 비장한 결의를 보여 일찌감치 이번 대회 활약을 예고했다.
이진영은 경기 직후 그라운드에서 이뤄진 수훈선수 인터뷰를 통해 경기를 이길 수 있는 홈런을 날려서 너무 기분좋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일본과)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좋은 기분을 자제하고 내일 경기에 더 집중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FA)로 SK에서 LG트윈스로 둥지를 옮기며 야구 인생의 제2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맞은 WBC에서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고 공언한 이진영이 어디까지 비상할지 주목된다.
(도쿄=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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