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까지만 해도 한인타운에서 샤핑을 하면 어색했다. 한인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작은 도시에서 미국생활을 시작해서 그런지 한인타운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타운의 샤핑 문화에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남가주의 샤핑 센터와 아웃렛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미국 소비자’를 자처했었다.
한인타운에 가면 바가지를 쓰거나 ‘짝퉁’을 속아서 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의심도 있었다. 경제부 기자로 한인타운 상권을 취재 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타운의 샤핑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절친한 미국인 친구가 있다. 겨울만 되면 발이 시려서 잠들기 어렵다는 친구는 매일 잠들기 전에 발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물을 끓여 핫팩을 준비했다. 타운의 한 생활 용품점에서 전기로 자동으로 데워지는 핫팩을 사서 선물 했다. 친구는 어디서 이런 편한 물건을 샀냐고 묻더니 모든 가족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인타운표’ 핫팩으로 대신했다.
유명한 유기농 마켓으로 장을 보러 갔다. 블루베리를 사고 싶었지만 주먹 만한 패키지가 4.99달러인 가격을 보고 사과만 사서 돌아왔다. 며칠 뒤 타운 마켓으로 취재를 갔다. 유기농 마켓에서 본 패키지의 2배는 되는 블루베리 패키지를 1.99달러에 세일하고 있었다. 역시 과일은 한인타운이 가장 신선하고 저렴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한국에서 여행 온 친구와 타운의 한 샤핑센터에 갔다. 화장품 업소에 진열된 화장품을 보더니 한국에서는 인터넷을 뒤져야만 살 수 있는 제품이라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베벌리 힐스에서도 청담동 물건이 더 좋다며 시큰둥하던 친구가 환율 걱정은 뒤로 하고 한인타운에서 지갑을 열었다.
시청에서 일하는 중국인 친구에게 타운의 한 미장원을 소개해 주었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너무 세련된 스타일 이라며 칭찬이 이어졌다. 타운 음식점에서 ‘꽃살’을 맛본 백인 친구는 더 이상 스테이크 하우스에 가지 않는다. 입에서 살살 녹는 타운의 최상급의 고기에 반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고급 구두 브랜드 딜러십을 따 낸 한 업주는 새로운 컬렉션마다 한인들의 발모양에 맞는 디자인을 미리 주문한다. 본사에서도 한인들의 구매력을 알고 주문량을 맞출 정도다. 30년 동안 마루 공사를 해온 업주 역시 미국의 유명한 건축 소매업체보다도 더 많은 샘플을 갖추고 있다.
한인타운은 전체가 거대한 샤핑 센터나 다름없다. 겨울 내복부터 유럽산 최고급 정장까지, 울릉도에서 직수입된 산나물부터 블랙 앵거스 최상급 소고기까지 한 번에 살 수 있는 곳은 한인타운뿐이다. 곳곳에 숨어있는 보물을 발견하는 한인타운 샤핑에 당신을 초대한다.
김연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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