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C 불참/필리스 입단 공식 기자회견 도중 두 번이나
박찬호가 필리스 유니폼 상의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내고 있다. <연합>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는 박찬호. <연합>
“아쉬워서”
“서러워서”
박찬호(35)가 울었다. 그것도 공식 기자회견 도중에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눈물을 보였다. 처음에는 “더 이상 태극마크를 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흘린 아쉬움의 눈물이었지만 두 번째 눈물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격렬한 것이었다. 새로 입단한 팀 필라델피아 필리스로부터 받은 예상 밖의 무관심과 홀대에 서러움이 북받친 듯 감정이 격하게 요동치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굵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박찬호는 13일 아침(한국시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3월에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갈 수 없다는 당초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주 필라델피아에 가 신체검사를 받고 입단계약을 확정지은 뒤 12일 다시 서울에 돌아온 박찬호는 대회 불참결정이 심사숙고 끝에 이뤄진 것이라며 “솔직히 자신감이 없다. WBC도 잘하고 정규시즌도 잘 할 자신이 없다”면서 “내가 대표팀에 합류하길 바랐던 많은 팬들에게 미안하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앞으로 더 태극마크를 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여 대표팀 은퇴의사도 밝혔고 그러면서 아쉬움 탓인지 볼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박찬호는 대표팀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로 필리스 내에서 불안정한 위상을 들었다.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재기에 성공한 뒤 필리스와 개런티 250만달러, 최고 5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필리스와 계약했지만 필리스에 가 계약을 마무리짓는 과정에서 팀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홀대’를 받으면서 정작 팀에선 그에게 큰 기대치가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박찬호는 “루벤 아마로 단장과 만나 WBC 참가 문제를 상의했다. 솔직히 ‘필리스를 위해 뛰어 달라. 팀에서 잘해달라’며 WBC 출전을 만류해 줄 것을 기대했으나 ‘WBC에 나가도 좋고, 안 나가도 좋고 개의치 않는다’는 (무관심한)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그는 “선발로 뛰어도 좋고 구원으로 잘 던져도 된다는 구단의 생각을 듣고 나를 선발보다는 구원 쪽에 무게를 두고 영입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신체검사 후 구단이 마련한 입단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으나 구원투수 J. C. 로메로의 약물복용 징계조치가 발표되는 바람에 내 기자회견이 취소됐다. 그런 것을 보며 ‘내 위상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한숨을 내쉬었고 이 와중에서 설움이 북받쳐 오른 듯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는 “예상치 못한 눈물”이라며 기자회견을 중단하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펑펑 울었다.
“그날 한국 팬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지만 무산됐고 그래서 오늘 기자회견장에서 보여주려고 구단에 유니폼과 모자를 달라고 했다”말한 뒤 분신과도 같은 61번이 박힌 필리스 유니폼 상의를 입고 모자를 쓴 박찬호는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 다시 웃음을 찾았다. 그는 “앞으로 얼마나 더 빅리그 유니폼을 입을지 모르나 선발 자리를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설령 구원으로 뛰더라도 투수로서 한 시즌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팬 여러분이 성원해주셨으면 한다”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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