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타임지의 표지에는 확신에 찬 표정의 한 아시안 여성이 등장했다. 바로 미셸 리 워싱턴 DC 교육감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녀는 1년 전 DC 교육구의 책임을 맡게 되면서부터 시속 100마일의 속도로 개혁을 추진해 왔다고 한다.
그 결과 23개의 학교가 문을 닫고 36명의 교장이 해고되었고, 교육구에서 15%, 121명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기가 막히고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할 수 있지만, ‘질 좋은 교육’을 위한 그녀의 당당하고 확신에 찬 결정을 지지하는 사람들 또한 많은 모양이다.
해고당한 어떤 사람을 두고 “그렇게 좋은 사람을 왜?”라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좋은 사람인 것은 이 일자리와 상관없다. 이 일을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가져오라”고. 어찌 보면 냉정하고 비인간적인 처사일지 모르지만, 병든 교육 시스템과 안일한 사고방식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또한 실력 있는 교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것은 바로 교사들이 아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그녀의 획기적인 개혁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 아이들의 미래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교사 선정에 더욱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점이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가정을 나와 학교라는 더 큰 사회에 발을 딛는 순간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사람이다. 이들의 영향력은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말 잘 듣고 점수를 높이는 것에서부터 20년, 30년 후의 미래까지 지속되는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일에 적성이라는 것이 있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더욱 그런 것 같다. 나의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수학시간마다 부당한 처벌과 분노를 쏟아내던 선생님과 함께 보낸 1년은 끔찍한 것이었고, 엄마가 자주 학교에 오는 아이를 차별대우하는 선생님과 함께 보낸 1년은 화가 났었다.
반대로, 다섯 손가락을 채우기도 힘든 좋은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무엇을 배웠고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쳤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 나를 이해해주고 다독여줬던 선생님, 내가 잘 하는 분야에 용기를 북돋아줬던 선생님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그것과 연관된 일을 할 때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요즘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좋은 선생님의 영향력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해대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눈 맞추고 대답해 주는 선생님이 있기에, 아이는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하고,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양분으로 받아 성장하는 것을 보며, 지금 아이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은 유치원 선생임을 확신하게 된다.
4페이지에 걸쳐 소개된 미셸 리 교육감의 개혁은 DC의 교육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40년 만에 DC에서 비흑인으로 처음 교육감이 된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계속될지, 홀쭉해진 양적 변화와 함께 질적인 변화가 얼마나 나타날지 무척 궁금하다.
눈에 보이는 고교 졸업률의 상승이나 높은 점수 결과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희망을 키우고 자신감을 얻는 교육 시스템이 조성되어 아이들의 일생에 기억되는 교사,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교사를 만나게 되기를, 나아가 다른 모 든 교육구에도 참신한 개혁의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 이다.
유정민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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