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씨 시집 ‘바람의 세월’
나의 시에게
나의 시야
고운 옷을
입혀 주지 못해
나는 너 보기가
미안하다
산기슭 돌짝밭에서
들풀같이 돋아 오른
네가 너무 귀하고 좋아
나는 너를 시로 만들었다.
손 가는 대로
발 가는 대로
똥냄새 뿌려
미안하고
악을 쓰며
씻지 못한
더러운 손끝으로
너를 희롱하여
미안하다
-중략-
이산가족의 한이 서린 가곡 ‘백두산아 한라산아’ 작사가로 널리 알려진 시인 홍인숙(사진)씨가 시집 ‘바람의 세월’(창조문예사)을 냈다.
“인생의 서산 노을이 내 앞에 다가올수록 힘에 부친 무거운 짐을 싸면서도 좋은 시를 쓰고 싶었다”는 시인은 제1부 바람의 세월, 2부 낙엽 이야기, 3부 그대가 길이 되어, 4부 하늘의 시간, 5부 하늘에 보내는 편지 등에 70편의 시를 실었다.
홍인숙 시인은 60년 전 헤어진 언니(당시 11세)를 가슴에 품고 평생 아픔과 그리움 속에 살아온 어머니를 지켜보며 분단민족의 고통을 노래해 왔다. 55세에 은퇴한 후 시를 쓰기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쉽고 편안하며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시를 쓰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자주 불리는 ‘백두산아 한라산아’ 외에도 그가 쓴 ‘그리운 어머니’ ‘오솔길’ ‘철조망의 조국’ 등의 시에 여러 작곡가들이 곡을 붙여 가곡을 만들었으며, 그렇게 시를 써서 노래로 작곡된 곡들을 담은 ‘신작 예술가곡집’ ‘백두산아 한라산아’ ‘애창 예술가곡 관현악곡 총보’ 등을 펴냈다. 시집으로는 ‘묻어 다니는 마음’이 있다.
97년 신동아에 시 당선으로 등단한 홍씨는 미주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5월 열린 이화여고 122주년 기념식에서 ‘이화를 빛낸 분들’ 23인 중 한 명으로 선정돼 문화예술부문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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