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믿고 통하는 관계 정립 중요
한인 어머님들이 자녀 교육에 쏟는 정성은 특별하다. 나 하나 고생하더라도 자식들이 훌륭히 자란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 없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쓰는 돈은 인색해도 아이들 교육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에 대해서는 주저함이 없다.
문제는 아이의 의견을 묻지 않거나, 물어도 선택적인 상황에서 아이의 의견을 묻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어린 나이에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정보를 비교, 분석하여 자신에게 더 적절한 것을 선택할 만큼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부모가 주도적으로 자녀 교육의 큰 대강을 세우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아이에게 실행하도록 유도하게 마련이다.
그래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언제까지 아이들을 돌보아 주어야 할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제가 스스로 알아서 계획도 세우고 실천한다면, 굳이 ‘이것 해라, 저건 했니’하며 아이와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엄마가 챙겨주어야만, 또는 닦달해야만 과제를 수행하는 버릇이 배어 있다면, 대학교를 간들 쉽게 달라지기 어렵다.
대체로 사춘기를 거치면서, 아이들은 자의식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사춘기를 맞이하는 아이가 갑자기 스스로 알아서 자신이 할 일을 처리하게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된다. 이때가 바로 타협과 대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기이다. 더욱 바람직한 시기는 사춘기를 기다리지 말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아이가 어린 나이에 있을지라도, 아이의 의견을 묻고 논란을 거친 뒤 결론에 도달하는 게 좋다. 그렇지 못하면 자주 충돌을 빚게 된다.
중고등 학생을 자녀로 둔 한인 부모들은 대화의 어려움을 호소하곤 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들이 한국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가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녀에게 한국어를 계속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어, 즉 표현 수단의 문제도 중요하다. 집 이외의 공간, 그리고 부모 이외의 사람들과는 사용하지 않는 언어를 유지하고 발달시키기는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이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가 대화가 잘 안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서로의 의사소통에 언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관계의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 특히 부모에 대해 애정을 표현하는 데 많은 단어가 필요하지는 않다. 내가 말해도 부모는 이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굳이 부모와 부딪치는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보이고 싶지는 않는 것이다.
며칠 전 이런 일이 있었다. 부모가 하루 종일 가게를 운영하기 때문에 집에 있는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다. 인터넷을 통제할 수 없으니, 아예 인터넷을 연결시키지 않았다. 각기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PC방이나 퍼블릭 도서관에 가 이메일을 체크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프린트하여 이용하고 있었다. 작은 아이가 디베이트 클럽에 참여하고 있어서, 매번 인터넷에 떠 있는 자료를 이용하여야만 한다. 불편하지만, 워낙 강경한 엄마라 집에 인터넷을 연결시켜 달라고 때를 써보아야 소용없다. 이번에 큰 아이가 대학에 들러 가게 되어 그냥 구식이 되어버린 데스크 탑 대신 마침내 노트북을 구입하였으니, 이제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인터넷을 이용하여 과제를 마치거나, 이메일을 사용하기 위하여 겪은 불편함을 생각하면 미안한 감이 든다. 그러나 더 아쉬운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엄마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게 더욱 마음 아프다. 이 아이에게 노트북은 독립된 인격체임을 상징하는 징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진정 자신이 독립적 존재라는 사실이 몸에 배기까지는 또 다른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알렉스 정
<윌셔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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