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배경과 쟁점·문제점
한미협상 과정 서둘러 수입재개 걸졍
“광우병 발생해도 수입금지 못해” 불안
편파 정보와 정부대처 안이 ‘여론 폭발’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맞춰 한미간 쇠고기 수입 협상이 타결된 후 일부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주장이 제기되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각종 ‘광우병 괴담’이 급속히 번지는 등 한국은 지금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일대 혼란 양상이다. 한국에서 일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논란의 배경과 핵심 쟁점,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배경
한미간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 후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반대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광우병 관련 주장이 나오다가 지난달 말 한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을 방영한 것이 ‘기폭제’가 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가 마치 ‘성난 민심’의 양상을 띄고 있다.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공격’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미니홈피가 폐쇄됐고 대통령 탄핵 서명 운동에다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촛불집회로까지 확산됐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홍보에 나섰고 미국 정부까지 적극 나서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광우병 괴담’을 둘러싼 논란의 확산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쟁점과 논란
미국 쇠고기 전면개방 반대 목소리의 핵심은 이번 협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대폭 완화돼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만약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현재 광우병위험통제국인 미국의 광우병 지위 분류를 부정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한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즉각 수입 중지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로 수입이 금지됐던 부위들이 제한없이 들어올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하는 등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결정이 마치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조치와도 같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같은 논란의 일차 원인은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을 서두른 한국 정부가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쇠고기 수입개방 문제를 타결하려고 서두르다 미국측에 일방적으로 밀린 꼴이라는 것이다. 광우병 논란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안 사먹으면 될 것 아닌가’라고 이야기한 것도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오해와 진실
한국에서는 ‘미국 사람들도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더라’ ‘소를 재료로 한 다른 제품에 접촉만 해도 광우병에 걸린다더라’ 하는 엉뚱한 괴담까지 돌고 있다.
특히 미국이 자국 내 소비량의 80%를 호주·뉴질랜드산 수입 쇠고기에 의존한다는 괴담까지 나돌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미국에서 한 해 생산되는 쇠고기는 1,200만톤으로 이중 95%를 미국내에서 소비하며 해외에서 수입하는 쇠고기는 100만톤 정도로 주로 햄버거 등에 갈아 넣는 용도로 쓰인다는 것이다.
또 미국 내수용과 한국 수출용이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는 “미국 축산 농가에서 출하할 때 내수용과 수출용으로 나누지 않고 도축 과정에서도 차이가 없다”며 “장거리 운송하는 수출용의 포장 등이 다를 뿐”이라고 반박했다.
■문제점
그러나 한국 정부가 쇠고기 협상을 이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서두른 점은 인정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과의 연관성을 극도로 강조하는 편파적 정보에 근거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부 의혹들은 말 그대로 ‘괴담’ 수준에 불과한데도 과학적 근거가 없이 부풀려져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필요 이상으로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미국산 쇠고기는 모두 광우병 쇠고기인 것처럼 비약해서 생각하는 인식의 오류도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200만에 달하는 미국내 한인들은 물론 전체 미국인들과 한국에서 미국을 방문하는 수백만명이 미국에서 쇠고기를 먹고 있지만 아무런 탈이 없다는 점은 현재 한국에서의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선 것임을 보여준다.
이번 논란과 관련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은 “미국내 한인들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감염 우려 주장을 듣고 `모욕’을 느꼈다고도 하는데 한인사회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해설
■광우병
일명 ‘광우병’은 광우병 소나 스크래피라는 질병에 걸린 면양으로 만든 육골분이 들어 있는 사료를 먹어서 감염되는 소의 신경성 질병.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원인체이며, 이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어 뇌의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뇌의 조직이 스폰지 모양으로 되기 때문에 ‘소해면상뇌증’이란 명칭으로 불린다. 평균 4~5년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마비·보행불능·기립불능 등의 증상을 보이다 사망한다.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25개국에서 19만여건이 발생했으며, 미국에서는 단 3마리만 발견됐다.
■SRM
특정 위험물질(Specified Risk Material)의 약자로 광우병에 걸린 소에서 광우병의 원인체로 알려진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다량 검출되는 소의 뇌, 척수, 등뼈, 눈, 두개골, 편도, 소장 끝부분 등 부위를 지칭한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가축 질병의 확산 방지와 근절을 위해 1924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단체. 현재 한국을 포함한 167개 나라가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고 광우병 등 동물 질병별로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연구·검토를 통해서 국제기준 등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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