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인사는 장래를 위한 투자
타주 명문대학에 진학했던 졸업생 한 명이 봄방학을 이용해서 학교를 들렀다.
마침 그 날 학교에 없었던 나는 그 학생을 만나지 못했는데, 다음 날 교사 한 분이 나에게 와서 그 학생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지난해에 입학원서를 냈을 적에 추천서를 써준 기억이 나는데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인사 한 마디 없이 그냥 지나가더라는 것이다.
쉬는 시간이라 복도에는 많은 학생들로 붐볐지만, 그래도 자기를 본 이상 간단히 “헬로”라도 하고 지나갔으면 좋았을 걸 전혀 모르는 척 한 것이 좀 섭섭했다는 얘기였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인사를 제대로 하느냐 안 하느냐를 둘러싸고 심심치 않게 시시비비가 일어나고 있다.
먼저 여기서 내가 의미하는 인사란 명절에 어른들을 찾아뵙는다든지, 은혜를 입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것과 같은 넓은 뜻의 인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굿모닝’‘하이’와 같이 먼저 말을 건넨다는 좁은 뜻의 인사를 말한다.
왜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만났을 때 선선하게 ‘하이’나 ‘굿모닝’ 하고 인사를 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오만한 사람들이 남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선생님이나 다른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오만함 때문이기보다는, 수줍음 때문에 또는 아직 사회성 개발이 안 되어서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선생님과 마주치는 순간 학생들의 마음속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생각이 스쳐갈 것이다. ‘저 선생님이 나를 모르고 있으니까 인사 안 해도 되겠지’ 또는 ‘저 선생님이 나를 알고 있지만, 웬일인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할 만한 용기가 없으니까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자’ 또는 ‘나 지금 한참 골똘한 생각에 빠져 있는 중이라서, 타인과 말문을 트고 싶지 않아’라는 이유 때문에 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단순히 사람, 특히 어른들을 만났을 때에는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 예의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아무에게서부터 배우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학입학을 위해서 추천서를 써 주었던 선생님을 보고 인사를 안한 채 그냥 지나가버린 대학생은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을까?
혹시 많은 학생들로 붐볐던 복도에서 미처 선생님을 못 본 것을 이 선생님이 보고도 인사 안한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은 아니었는지…
사실 나는 20여년 전 첫 번째 교육칼럼을 쓰면서, 공부 잘하는 것 못지않게 인사성 밝은 아이로 키우는 것이 성공적인 자녀로 만드는 길이라고 주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무리 뛰어난 수재라 해도 오만한 성격이나,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인사를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있다는 것을 직접간접으로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저쪽에서 오면 슬그머니 딴 길로 피해버릴 만큼 인사 안하기 챔피언이었던 내가 이제는 학생들에게 선생님뿐 아니라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명랑하게 인사를 건네는 습관이야말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습관이라는 것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명랑한 인사는 전염성이 강하다. “안녕하세요”라는 명랑한 인사를 받은 사람은 자연히 기분이 좋아지고,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 사람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기분 좋게 인사를 하게 될 것이다. 명랑한 인사는 또 장래를 위한 스마트한 투자가 될 수 있다. 압도적인 다수의 사람들이 명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머리 좋은 수재들일수록 더욱 더 이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김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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